장애입양인에게 꽁꽁 닫힌 입양기록물…접근권 보장 시급
국가기록원에 기록물 위탁한 후에도 장애인 위한 지원·매뉴얼 없어 혼선
김예지 의원 "복지부·보장원, 모두의 접근권 확보되도록 노력 다해야"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해외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위해 필수적인 입양기록물 열람 문턱이 장애입양인에게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및 시설 접근성 모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현재 입양정보공개 청구와 입양기록물 관리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보장원)이 맡고 있다. 그간 민간에서 주도해 온 입양이 2023년 7월부터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입양체계로 개편되면서다.
실제로 국가가 책임을 맡게 된 후 뿌리 찾기를 희망하는 해외입양인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864명의 입양인이 총 3374건의 입양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다.
문제는 장애입양인들에게는 기록물 열람 신청·예약·방문 등 일련의 과정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해외입양이 본격화된 1958년부터 70여년간 해외로 입양된 아동 17만 명 중 4만여 명은 장애아동으로 추산된다. 4~5명 중 한 명꼴이다.
입양기록물 원본을 열람할 수 있는 기록물 임시서고는 경기도 고양시의 외딴 냉동 물류창고 4층에 위치해 있어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하철역에서 내린 후에도 버스를 타고 20~30분을 이동해야 하는 데다 인근 경사로 각도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내부 진입에 성공해도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은 없다.
이에 대해 아동권리보장원의 한명애 본부장은 "몸이 불편한 해외입양인은 서울에 있는 보장원 본원에서 기록물 사본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본은 보관된 기록물 중에서도 극히 제한된 부분만이 제공되기 때문에 불충분하다는 것이 입양인들의 입장이다.
이마저도 사본 열람은 주 3일 하루 3명까지만 가능하다. 월평균 신청자가 150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제한적이다. 또 장애입양인이 웹사이트를 통해 사본 열람을 신청하려 해도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 품질 인증을 받지 않아 이용이 어려웠다. 웹사이트 제작상 오류는 약 40일간 방치되다가 김 의원이 문의하자 고쳐졌다.
한 입양인단체 관계자는 "많은 입양인이 자신의 입양 서류나 배냇저고리 같은 기록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보장원은 이달 10일 국가기록원과 '입양기록물의 안전한 보존관리 및 정보공개 서비스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입양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위탁 보존하는 계획도 발표됐다.
단 입양기록물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더라도 장애인 접근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기록원에는 장애인 정보접근성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전무하다. 현재로서는 이를 마련할 계획조차 없다. 현행대로라면 장애입양인이 국가기록원을 방문하더라도 점자·음성 자료 제공 및 수어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 헤매온 해외입양인들에게 입양기록물은 단순한 행정문서가 아닌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근거"라며 "국가가 입양에 관한 책임 강화를 선언했음에도 턱없이 부족한 준비로 입양인들에게 거듭 상처만 안겨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기록물 관리와 입양 정보공개 책임을 지는 기관으로서 직접 관리하는 웹사이트와 시설은 물론 국가기록원 자료에도 모두의 접근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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