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대신 '관계'를 처방한다…WHO도 주목한 서울형 '사회복지 실험'

고립·은둔 시민 맞춤형 '서울연결처방'…내년 정례화 착수
문화·예술·체육·생활관리 매개로 세대별 자기회복 도와

서울시 고립예방센터.(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시가 '고립'을 질병이 아닌 '관계의 단절'로 진단하며, 약 대신 관계를 처방하는 새로운 복지 실험에 나섰다.

서울시복지재단 고립예방센터는 사회적 고립을 겪는 시민을 문화·예술·체육·생활관리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서울연결처방' 사업을 올해 시범 운영한 데 이어, 2026년부터 본격 제도화에 착수한다고 5일 밝혔다.

"약이 아닌 관계를 처방"…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서울연결처방은 영국의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에서 착안한 모델이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듯, 시민이 고립유형 진단을 받은 뒤 개인별 맞춤형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연계받는 구조다. 영국에서는 이 방식을 통해 우울증이나 은둔·고립 문제를 완화해왔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약물적 복지처방'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서울시는 이를 지역 실정에 맞게 제도화했다. '서울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 조례'제8조를 근거로, 2024년 11월 발표된 '외로움·고립은둔 대응 종합계획'과 2025년 2월 확정된 '고립예방센터 운영계획(대표이사 방침 제63호)'을 기반으로 행정체계를 마련했다.

사업의 핵심은 '의약'이 아닌 '연결'을 통한 회복이다. 고립예방센터는 이를 '사회적연결서비스'로 정의하고, 개인의 외로움 정도와 고립유형을 진단한 뒤 문화·예술·체육·생활관리 등 사회활동을 '처방(연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수진 서울시 고립예방센터장은 "고립 문제를 복지의 새로운 과제로 명시한 첫 제도권 시도"라며 "정책적 실험이 아닌 행정 절차로서 제도화를 완성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현장 참여 2300회…내년 '효과성 연구'로 제도화 박차

서울연결처방 시범사업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시범사업에는 799명이 상담을 받고, 478명이 총 76개 프로그램에 2316회 참여했다.

참여자의 82.9%가 40~64세 중장년층으로, '고립은 노년층의 문제'라는 통념을 깼다. 중장년층은 신체활동(19.4%)·요리(16.5%)·공예(16.4%) 순, 청년층은 일상관리(28.8%)·글쓰기(18.6%)·자기표현(16.9%) 순으로 참여했다.

서울 전역의 24개 복지관과 단체가 참여했으며, 광역형 6곳은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지역형 18곳은 자치구 단위로 운영 중이다. 광역형에는 최대 1200만 원, 지역형에는 최대 800만 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프로그램은 △문화·예술(레진아트·캘리그라피·원예 등) △스포츠·건강(플로깅·명상·소매틱 등) △생활관리(정리수납·사회생활연습 등)으로 구성됐다. 성산종합복지관(마포)은 청년여성을 위한 연극·타로 프로그램을, 몽실꿈터협동조합(서초)은 청년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지혜의밭(영등포)은 중장년층 대상 신체이완 프로그램으로 심리 회복을 돕는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교육–모니터링–성과평가로 이어지는 3단계 운영체계를 정례화한다. 4~6월 기본 교육, 9월 워크숍, 11월 심화 교육을 거쳐 12월 만족도 조사와 평가회를 연다.

또 4월부터 12월까지 외부 전문기관이 수행하는 '서울연결처방 효과성 연구'를 통해

이용자 만족도·정서적 변화·기관별 개선사항을 정량 분석할 계획이다.

이수진 센터장은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대일수록 관계를 통한 회복이 중요하다"며 "서울연결처방은 시민이 스스로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첫 공공복지 실험이자, 국제사회에서도 주목하는 '서울형 사회처방 모델'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결처방 사회적 연결서비스 제공기관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