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추가조사"권고…시민단체 "특검"(종합2보)
군인권센터 "재수사 국방부에 맡길 수 없어…특검 필요"
법무실장 "직원, 압색 업무와 무관…대화 나누지도 않아"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피해 관련 사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31일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날 국방부장관에게 이같이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구체적으로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압수수색 집행 전날 군사법원 직원과 통화한 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법무실장에게 수사상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된 바 있다. 이 직원은 법무실장 압수수색(지난해 6월16일) 전인 지난해 6월9일 7분여간 법무실장과 통화했다.
인권위는 또 "군검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피해자의 피해상황 및 수사내용을 보낸 SNS 관련 부분, 피해 부사관의 국선변호인과 그의 동기 법무관들이 가입한 SNS에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 부분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인권위 발표 이후 공동성명을 내고 "인권위가 새롭게 밝혀 내 추가 조사를 권고한 혐의들에 대한 재수사를 국방부에 맡길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조속한 특검 도입으로 여죄를 남김없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고등군사법원 직원과 법무실장간 통화 내용을 두고 검찰단이 수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국방부 검찰단이 고등군사법원 직원과 법무실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두 사람이 사건 수사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를 포착해 입건했다"며 "그러나 혐의를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진행상황을 누설한 행위로 좁혀놓았고, 직원이 법무실장에게 전달한 내용이 공무상 비밀이라 보기 어렵다는 애매한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수사를 한 것인지, 관련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근거를 만든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고위공직자수사처 역시 법무실장 수사에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군 법무실장은 그러나 "해당 직원은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 소속으로 압수수색 발부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며 "압수수색과 관련해 그 어떤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전해왔다.
법무실장은 "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진술한 취지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고서 아주 간략하게 저에게 카톡으로 알려준 것이 문제됐지만, 법리상 공무상비밀누설에 전혀 해당될 수 없어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최종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즉 수사상황을 유출한 혐의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인권센터는 마치 제가 가해자 불구속수사를 지휘한 것처럼 주장하나, 인권위는 불구속수사 지휘에는 추가 조사를 권고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는 성폭력·성희롱 사건 후속조치 및 예방 방안도 함께 내놨다.
인권위는 우선 성희롱 성립 여부 판단에 있어 부대장의 재량권 일탈·남용 방지를 위해 외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자문절차를 거쳐 판단하도록 '부대관리훈령' 개정을 권고했다.
또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은폐 및 회유 예방을 위해 지휘관이 사건인지 후 적절한 분리조치 및 2차 피해예방을 위한 노력을 충실히 이행한 경우에는 지휘책임을 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민간인 신분인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부대 출입 및 상담장소 확보에 애로사항이 없도록 개선 조치하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국선변호사는 모두 민간변호사로 선임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2차 피해예방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인권위는 '부대관리훈령',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등에 2차 피해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피해자의 신상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 기소 전까지 가·피해자의 성명, 기타 개인 신상정보를 철저히 익명 처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위반 행위의 징계양정을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에 별도로 규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청원휴가 기간을 정기인사 시기와 일치시킬 수 있도록 최장 180일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가·피해자 분리와 청원휴가 사용 등 2차 피해 방지 규정이 성희롱 피해자에게까지 확대·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도 권고했다.
이외에도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복무계획보고의 복무중점 사항에 '인권증진' 항목을 추가하고, 사관·부사관학교 등 초급간부 양성 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할 것도 권고했다.
이번 직권조사는 지난해 8월13일 해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유족 측으로부터 사건 관련 진정을 접수해 이뤄졌다.
인권위는 당시 군 내 성희롱 및 성폭력 문제가 전 군에서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실태와 상황이 심각하고, 국방부가 시행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신고체계 및 피해자 보호조치와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해군 이외 육·공군까지 확대하는 직권조사를 의결했다.
인권위는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 성폭력 피해를 입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넘어 국가가 군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주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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