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분란 부추기는 '간호법' 제정…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24일 국회 복지위 심의 앞두고 의협, 간무협 등 10개단체 반발
간호계 "단독법안으로 업무범위 규정해야"…의료단체 "이기적"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인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의료단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간호계는 현행 의료법을 간호사에 제정하기 어려우며 열악한 근무환경, 인력부족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을 주장하지만,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단체는 간호법 제정은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간호사의 업무범위, 근무여건 개선, 간호사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심의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간호 인력의 열악한 근무여건, 인력부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최근에 들어서야 간호법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복지위는 지난 3월 복지위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 등 3건을 24일 오전 병합 심의하기로 했다.

◇보건의료단체 10곳 "환자 진료·처방 영역 침탈 우려"…반대 시위도

간호법 국회 심의를 두고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모든 보건의료단체는 하나 돼 간호법 제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대한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요양보호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는 전날(22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시위를 벌어기도 했다. 간호사를 위한 법만을 독립해 제정하게 되면,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사협회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지점은 현행 의료법 제2조에 명시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서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꾸는 부분이다.

이들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진료의 보조'에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게 된다면 의사 고유의 영역인 환자 진료, 처방의 영역을 침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간호사가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단독 개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협회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이들은 "제정안의 내용 중 간호사의 임금, 근로조건 지침 마련, 의료기관의 간호사 확충 관련 규정은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에 반한다"며 "특정직역 이익 실현을 위한 조항이 있어 문제가 많다"고 반발했다.

간호조무사협회와 요양보호사 단체들 역시 반발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안에 담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 두도록 한다'는 부분에 대해 "현재 발의된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며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아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요양보호사협회도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에 자격 취득과 직무범위가 정해져 있고, 의료 및 간호인력은 아니다"며 "간호 영역과 별도의 직종인 요양보호사를 간호법안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10개 단체가 전날(22일)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간호법안 심사를 철회하고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스1

◇간호계 "변호사, 법무사 등은 단독법 제정…간호사만 70년 전 의료법에 묶여있어"

대한간호협회, 대한조산협회 등 간호단체에서는 고령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간호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법률 미비 등으로 간호인력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 등 5대 의료인 관련 법 조항이 하나로 묶여 있다. 간호사와 관련한 법률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에 끼여있을 뿐 아니라, 11개 부처에서 간호사와 관련된 정책을 나눠서 담당하게 된다.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종은 단독법이 존재하지만, 간호사는 간호법이라는 독립된 법안이 없어서 업무의 영역 자체를 규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간협은 간호 업무를 명확히 하고, 양질의 간호인력을 교육 및 수급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분리해 독립된 법안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수,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영역 분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을 포함한 비의료인의 업무영역 분리, 조직문화 개선 등을 통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한다고 밝혔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세계 90개 국가에 존재하는 간호법이 우라나라에만 없다"며 "일본과 대만의 경우 의료법과 함께 간호사법을 별도로 시행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제정안에 따르더라도 간호사는 의사의 진단과 지도(처방)에 따라 면허 범위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의협의 주장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간호인력은 잠깐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소중한 의료자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5년 김선미 의원이 '간호사법'을, 박찬숙 의원이 '간호법'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김세연 의원이 '간호법'을, 김상희 의원이 '간호조산법'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법안에 밀려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에는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 수립하고 복지부가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간호사 양성과 처우 개선을 심의하는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간호인력 수급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은 복지부 장관이 간호사의 근로조건과 임금에 관한 기본지침을 제정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업무로 인해 신체·정신적 고통 등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사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간호법을 발의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