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추계 의미없다"면서 왜 하는지…자가당착 빠진 복지부

[국민연금 재정계산] 보험료 인상 등에 유보적 입장
9월 정부안 만들어 대통령 승인…10월 말 국회 제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과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2018.8.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재정추계의 의미는 1% 미만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던 국민연금 개선방안을 놓고 복지부 당국자가 한 말이다.

그는 이어 "3차 재정추계 때도 담당 과장으로 관여했는데, 4차 재정추계까지 보면서 추계는 추계일 뿐이라고 느꼈다. (4차 재정추계에서) 2088년까지 추계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추계의 실무를 총괄하는 복지부 간부 조차 국민연금 자문위원회인 재정계산위원회의 결과물이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국민연금 재도개선 방안을 두고 불붙은 국민적 공분을 잠재우는데 급급하느라 복지부가 꾸려 2017년부터 운영 중인 위원회의 가치를 스스로 폄훼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위원회 방패 삼아 정부안 만드는 것 아니냐

17일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이 당초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 고갈된다는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소득대체율에 따라 보험료 2~4.5%p(포인트) 인상, 의무가입 연령 상향(60→65세), 연금 수급연령 상향(65→67세)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약간의 수치 차이는 있지만 더 많이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의 개선안인 것은 일치한다.

복지부는 위원회안을 정부안에 얼마나 반영할지에 대한 질문에 "정부안을 만들 때 위원회안만 검토하지 않는다"며 "위원회안을 만드는 것은 논의 시작(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위원회안과 정부안 사이 선을 그었다. 그는 "(위원회안에 대한) 폄훼 의도는 없다"라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재정추계의 의미가 1% 미만이고 제안된 개선안을 정부안에 반영할 계획도 없다면 당초 왜 위원회를 꾸려 운영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위원회안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정부안을 만들 때 논란이 되는 내용은 빼는 방식으로 위원회를 방패막이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월 공개되는 제도개선 방안 '정부안'에 말 아껴

복지부는 보험료 인상 등 위원회안에서 논란이 된 각종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기자실에 찾아와 "정부는 그런 안을 고려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노후소득 보장하면 국민연금만 생각하지만 기초연금도 중요한 체계가 될 수 있다"며 "좀 더 넓은 생각으로, 다른 공적연금과 균형감을 맞추며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위원회는 보험료 인상률과 짝지어 소득대체율을 계획대로 40%로 유지하는 것과 45%로 인상하는 두 가지 방안 모두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 수령액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한 중장기 방안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5%다. 이 수치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떨어지게 설계돼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나머지 제도개선 방안은 언급 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한 달 보름 정도의 시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복지부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만들어 9월 대통령 승인을 받는다. 종합운영계획(안)은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복지부는 종합운영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특별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 연금가입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등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논의 시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m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