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병 환자고통 엄청난데..줄기세포치료제에 야박한 식약처
[버거씨병 환자의 눈물]②식약처, 대체의약품 핑계로 줄기세포 희귀약 지정 미뤄
식약처 주장 대체의약품 효과 미미..줄기세포는 안전성과 치료 가능성 확인
국내 전문가들 "극심한 환자고통 고려해 줄기세포 희귀약 지정해야 마땅"
- 이영성 기자
(일본 고베=뉴스1) 이영성 기자 = 희귀질환 버거씨병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삼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는 국내에서 희귀약 지정이 되어 있지 않다. 줄기세포 처방을 받으려면 일본으로 건너가야한다.
작년 6월말부터 국내 바이오기업 알바이오·네이처셀이 ‘바스코스템’이라는 이름의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희귀약 지정신청을 계속 요청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온적이다.
의약품이 희귀약으로 지정될 경우 현재까지 데이터를 확보한 임상1~2상 결과만으로도 처방이 가능해진다. 버거씨병은 어떤 이유로 혈관이 폐쇄돼 사지 말단에 궤양이 생기고 피부조직이 괴사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심할 경우 환부를 절단해야 한다. 원인은 담배로 추정되고 있을 뿐 정확한 것은 밝혀진 게 없다.
식약처는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희귀약 지정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결정적 이유로 통증완화, 보행능력 개선 등 적응증이 동일한 대체의약품이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대체의약품, 효과 미미...줄기세포치료제와 성격 달라”
식약처 주장대로 현재 국내에 보행능력개선과 통증완화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는 의약품 성분은 11개이고 상품으로는 209품목이 있다.
하지만 이들 치료제의 관련 적응증은 기록상의 명분일뿐 치료성이나 진통면에서 약효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의사·환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13일 일본 고베 니시하라클리닉에서 만난 버거씨병 환자 이성희씨(버거씨병환우회 회장)는 “기존 의약품들은 절대로 버거씨병 치료제가 아니다. 통증완화 효과도 상당히 미미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십년 동안 내가 지금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겠는가”라며 “모든 환자들이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 하루 빨리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가 우리나라에서 허가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전 경희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경희의료원장)은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식약처가 말하는 대체의약품들은 약간의 통증완화만 있을 뿐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거에 허가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이러한 미미한 작용조차 낼 수 있는 의약품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그럼에도 허가를 받았다면 부작용도 없는 줄기세포치료제는 당연히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데이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는 통증완화 효과가 크고, 여러 논문에서 제시하듯이 신생혈관 작용도 갖추고 있다. 기존 약제들보다 효과가 더 뚜렷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약제 허가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고 환자들에 치료옵션을 더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의약품 버거씨병 환자들 대상으로 한 임상자료는 없어
식약처가 주장하는 임상자료를 살펴보면, 대부분 말초동맥폐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것으로 버거씨병 환자들과는 치료대상 자체가 다르다.
국내 허가된 대체의약품 성분 11개는 실로스타졸, 니카메테이트시트레이트, 리마프로스트알파덱스, 말레인산시네파짓, 메실산에르골로이드, 베라프로스트나트륨, 사포그릴레이트염산염, 아가트로반, 알프로스타딜알파덱스, 염산톨라졸린, 칼리디노게나제가 있다.
현재 대표적인 통증완화제로 쓰이는 실로스타졸 임상자료를 살펴보면, 말초동맥폐색증환자의 보행거리 개선에 대한 실로스타졸의 효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을 뿐, 버거씨병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은 없다.
말초동맥폐색증과 버거씨병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다르다. 말초동맥폐색은 하지동맥 혈전으로 인해 폐색이 생기는 질환이다. 특징이 있다면, 움직임을 멈추면 통증이 사라지는 증상이 있다.
하지만 버거씨병의 경우 작은 동맥에 염증이 생길 뿐 아니라, 말초 정맥에 염증을 동반한다. 움직이지 않을 때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임상적 치료방법으로 말초동맥폐색질환은 항응고제 처리 등이 있지만 버거씨병은 적절한 치료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실로스타졸의 적응증을 살펴보면, 버거병을 포함해 폐색성 동맥경화증과 당뇨병성 말초혈관병증 등에 따른 궤양, 동통 등 허혈성제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버거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없음에도 적응증에 포함된 것은 버거씨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제가 없고 말초동맥폐생증과 마찬가지로 혈관이 좁아진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버거씨병 환자에 따르면, 그를 치료해온 국내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기존 치료제들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버거씨병은 사실상 평생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질환”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 부작용 없고...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연구는 버거씨병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국내 유일한 버거씨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바스코스템 개발사 알바이오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에서 2008년 7월 31일부터 2013년 11월 26일까지 총 17명의 버거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임상1·2상 연구를 진행했다.
임상결과 모든 시험대상자에서 알러지 반응은 물론, 투여부위의 이상반응, 투여부위의 감염, 섬유화나 근육 및 뼈의 형성 저하증 등의 주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임상시험기간 중 책임연구자들 분석에 따라 줄기세포치료제와 연관된 이상약물반응 및 중대한 이상반응을 경험한 대상자도 없었다.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이 점은 지난해 일본 치료허가를 받는데 주효했다.
특히 임상은 기존 대체의약품들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충분한 효능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됐거나 혈관 재형성 혹은 외과적 중재술을 시행할 수 없는 환자들을 모집해 시행됐다.
대체의약품 실로스타졸의 경우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심각한 출혈이나 심장손상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돼 사용제한 권고를 받았다. 혈관 우회로술을 받았거나 2종 이상의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니카메테이트시트레이트와 말레인산시네파짓 성분의 경우 지난 201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기등재약 본평가 연구용역 중간결과 발표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됐다.
알프로스타딜알파덱스 성분은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심근경색 발생 이상반응이 추가되는 등 대체의약품들에서 자기세포를 사용하는 줄기세포보다 명백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모두 기본적으로 부작용을 동반하는 화학합성의약품이기 때문이다.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 기존 의약품 복용중단율 64%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 효능도 임상에서 의미있게 나타났다. 줄기세포치료제 투여 후 2년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통증감소가 확인됐다. 기존 복용 약물에 대한 복용중단 환자들은 총 9명(64.3%)인 것으로 나타났다. 3명(21.4%)은 복용량이 줄었으며 복용량에 변화가 없는 대상자는 2명(14.3%)이었다. 이 2명은 통증이 감소됐음에도 지속 복용한 사례다. 임상 참여자는 총 17명이었으나, 관련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나머지 3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존 의약품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질병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임상 대상자들이 기존 의약품을 복용해온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임상결과는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는 기존 의약품들에 비해 유효성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전체 환자들에서 무통증보행거리도 84.7%의 개선율을 나타냈다.
상태가 악화되지 않다보니 사지절단도 예방할 수 있었다. 보통 버거씨병 환자들에 대한 하지 절단율은 10~40%대로 보고되지만, 임상시험 대상자 14명 중 임상연구 중 절단술을 시행한 대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2년이 경과됐어도 추적 관찰된 환자 모두에서 절단술이 이뤄진 바 없다. 절단 예방은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가 기존 다른 약제들이 갖고 있는 통증완화, 보행능력 개선 적응증과 함께 더 추가하고자 하는 적응증이다.
<뉴스1>이 일본 니시하라클리닉에서 만난 국내 버거씨병 환자 3명도 모두 통증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각각은 이번이 2~3번째 일본 방문이다.
아직 치료 초기단계이지만, 현재까지 치료 결과만으로도 고무적이란 게 니시하라 원장의 설명이다. 히로미치 니시하라 원장은 “아직 치료기간이 2개월 밖에 되지 않지만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아무도 없고, 치료 회차가 늘어날수록 줄기세포 주입시 통증을 점차 크게 느끼는 것도 죽어가는 세포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니시하라클리닉은 작년 11월 일본에서 재생의료법이 유예기간이 끝나 본격 시행되면서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행위 허가를 획득, 국내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치료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허가를 위해서는 모든 임상과정에서 의약품과 같은 임상연구를 거쳐야 한다. 자기 세포를 배양해서 주입하는 조차 의약품 허가를 받아야한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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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3일 국내 버거씨병 환자 3명이 1박 2일 치료 일정으로 일본 고베 니시하라클리닉을 찾았다.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 말 일본의 재생의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일본 내 최초로 후생노동성으로부터 버거씨병 치료 승인을 받아 환자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용되는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했다. 같은 기술이지만 한국에선 현재 치료제로서 허가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본까지 건너가게 됐다. 병원에 확인한 버거씨병 환자의 고통과 버거씨병 치료제로서 줄기세포 가능성에 대해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