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론자 문형표, 기초연금 '구원투수' 될까

정권과 코드 맞지만 연금대상자 축소 주장으로 갈등 소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뉴스1

(서울=뉴스1) 고현석 기자 =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딱맞는 인물이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내정됐다. 현 정부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이자 골수 '연계론자'로 불리는 문형표 후보자는 최근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탈퇴 등으로 위기에 빠진 기초연금안의 구원수투가 될 수 있을까.

문 후보자는 지난 1997년 당시 성균관대 교수였던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기초연금 도입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했다. 2004년엔 윤건영 당시 의원(현 연세대 교수)과 안종범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TF를 구성하고 국민연금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정치적인 성향도 보수색이 분명한 편이다. 문 후보자는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박세일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보수 정부의 정책방향에 사이클을 맞춰 왔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안을 두고 '소신 갈등'을 빚어 사퇴한 진영 전 장관과는 이점에서 대조적이다.

게다가 문 후보자는 기초연금안이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이론적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학자 출신답지 않게 현 정권 실세들과도 인간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향후 복지부 운영과 기초연금안 대국민 설득작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친박 핵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안종범 의원과는 기초연금안 도입을 위해 고생을 같이한 학자로서의 동지의식과 박근혜 정부와의 '코드 공유'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후보자가 이 인연으로 발탁됐을 것이라는 설이 복지부 안팎에는 파다하다.

아울러 문 후보자는 서울고 27회로 류진룡 문화체유관광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동기동창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20회), 서남수 교육부 장관(23회),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26회)에게는 서울고 후배가 된다.

하지만 기초연금에 대해 그 동안 학자로서 문 후보자가 주장했던 의견들이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학계 일부에서는 지난해까지 국민연금 연계에 대해 부정적이던 문 후보자가 조금씩 달라졌다는데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그리 간단하게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재정 안정론자인 문 후보자가 복지보다 재정을 우선시 해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정부와 야당 양쪽 모두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전공분야도 연금쪽으로 특화돼 있어 보건, 의료, 복지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복지부의 수장으로는 대처영역이 너무 좁다는 비판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pontife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