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안가리고 최선"…시험장 수능생도, 배웅 온 부모도 긴장

발길 돌리지 못하는 부모들 "대견하고 시원 섭섭해"
친형 응원 왔다가 시계 잊고온 선배 도와준 후배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하교 앞에서 수험생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권진영 강서연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3일 오전 시험을 치르는 고사장 앞은 이른 오전부터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공기가 흘렀다. 서울 광진구 광남고와 서초구 반포고 교문 앞에는 아직 동이 트기 전부터 부모의 손을 잡은 수험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6시 19분 광남고에는 고사장 개방을 11분 앞두고 이미 수험생이 어머니와 함께 도착했다. 회색 후드티에 흰색 패딩 조끼를 입은 홍 모 양(18·여)에게 어머니는 포옹하며 등을 토닥였다. 홍 양은 "첫 (수능)시험이라 떨리지만 여태 공부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사장 문이 열리자 홍 양은 어머니를 다시 한번 끌어안은 뒤 시험장을 향했다. 도시락 가방 속에는 어머니가 싸준 소고기뭇국과 계란말이 소시지가 담겨 있었다. 홍 양의 어머니 주 모 씨(50)는 자식의 뒷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홍 양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주 씨는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

주 씨는 "수능을 보는 첫 아이"라며 "대견하고 다 키웠다는 시원섭섭함이 좀 든다"고 했다.

이후 줄이어 수험생들이 고사장 안으로 발을 옮겼다. 등에는 백팩이 한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아이들을 배웅하러 온 부모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첫 시험대에 오른 아이들을 안아주고 배웅했다. 부모 중에는 아이를 교문 안으로 들여보내곤 "왜 내가 눈물이 나"라며 눈가를 훔치는 이도 있었다.

서초구 반포고에는 수험생들보다 수험생을 응원하려는 후배들이 고사장 문이 열리기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서울 중동고에서 동아리 선배를 응원하러 왔다는 김남규 군(17)은 고사장에 오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났다고 했다.

남규 군은 "친형도 이날 반포고에서 시험을 본다"며 "제가 봤던 고3 중에 가장 열심히 하고 가장 성실한 사람이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오전 7시쯤 형이 교문 앞에 나타나자 직접 교문까지 배웅했다.

중동고 수험생 중에는 응원 나온 후배들에게 다급하게 시계를 좀 빌려달라는 학생도 있었다. 이때 남규 군이 해결사가 되어 시계를 구해 선배에게 전달했다. 시계를 건네받은 수험생은 연신 "고마워"라고 인사하며 고사장으로 향했다.

반포고에서도 자녀들의 뒷모습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외손자가 이번에 시험을 본다고 밝힌 80대 홍숙자 할머니는 "생각만 해도 안타깝다. 너무 고생스럽잖아요. 대학 가기가 이렇게 힘들어요"라며 울먹였다. 홍 할머니는 손자가 3년 동안 여행 한 번 못 갔다며 시험이 끝나면 손자를 데리고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후 반포고에서는 수험생을 실어 온 차들이 밀리면서 조금씩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부모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아이들을 내려 준 뒤 차창 너머로 "잘하고 와"라고 인사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