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된다 했지만…이건희, 반도체 신화로 한국 경제 기여"
한국 반도체, '선진국 모방' 후진국 모형 탈피해 '세계 최고 수준 기술'로 도약
경제학자들 "주력산업 중국에 추월당할 때 홀로 반도체 키워 한국 경제 견인…이 회장의 공로"
- 서영빈 기자
(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다들 안된다고 했지만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오늘날의 한국 반도체를 만들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8)이 25일 별세한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이 회장의 가장 큰 공로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점을 꼽았다.
특히 수많은 주력 산업들이 중국에 추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만은 굳건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며 낮은 인건비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주력산업을 키워왔다. 이 같은 경쟁방식은 더 낮은 인건비를 가진 중국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겪게 됐다. 조선, 철강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은 이 같은 '후발주자형' 경쟁방식을 탈피해, 여타 선진국들을 뛰어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중국의 추격에도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며, 덕분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도 안정적으로 견인될 수 있었다. 이런 혁신을 일군 것이 이 회장의 가장 큰 공로라는 평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이 가진 제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한국 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이뤄낸 것도 사실이다"라며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정적으로 한국 경제가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게 한 데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관련 사업들의 역할이 크다"며 "반도체 사업의 시작은 이병철 전 회장이 했지만 그것을 현재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 이건희 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반도체 사업은 간단한 사업이 아니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이 회장은 계속 기업에 대해서도 계속 변화를 촉구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와 사회의 변화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다들 안된다고 했지만 이병철 회장이 시작을 했고, 이건희 회장이 그것을 추진해 선대 회장의 긍지를 받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1974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비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이병철 창업주가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을 ‘구멍가게 같은 공장에서 개인사업으로 시작한 반도체가 10년 만에 삼성의 핵심 사업의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이후 이 회장은 D램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일선에서 지휘하며 키워왔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이를 두고 '무모한 짓'이라 비판하기도 했지만 삼성 반도체는 결국 1983년 12월 '64K D램'을 출시하며 화려하게 반도체 시장에 데뷔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지금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반도체 부문"이라며 "그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여한 부분이 충분히 크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업들은 중국에 추월당한 사례가 많다. 선박, 철강, 전자제품 등은 과거에는 선진국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지만 그런 패러다임을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었다"며 "(삼성전자 반도체는) 이런 페러다임을 벗어나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suhcrat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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