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아름다운 나라'의 추락

지속적인 사상자 발생에도 변함 없는 '강제단속', 비례의 원칙 위반
법무부, 뚜안 사망 진상규명 협조·성과지표 개정해 진정성 증명해야

서울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 씨의 영정 앞에서 추모기도를 하고 있다. 2025.1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뚜안에게 한국은 항상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꿈이었죠. 학업을 마친 후에는 베트남으로 돌아가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8일 한국 법무부의 강제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가 3층 높이에서 추락 사망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의 아버지 부반숭 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망하는 나라에서 유학하고 경력을 쌓아 민간 가교가 되는 것. 그런 뚜안의 코리안 드림은 공포 속에 추락했다.

앞서 강제단속의 폐해를 다룬 두 편의 기획 기사를 쓴 이후 "그러니까 누가 법을 어기면서 불법체류 하라고 했냐", "왜 우리나라에 와서 분열을 일으키냐"는 등의 반응이 뒤따랐다.

이런 주장은 소위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수준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 사람이 불법적 상태에 놓이게 된 이유를 개인의 선택으로만 축소하고 구조적 책임은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강요는 '칼'이라는 물리적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갓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앞둔 유학생에게 체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비자의 부재 속에 생계비와 동생의 학비를 보태야 한다는 장녀의 책임감 때문에 뚜안은 공장으로 향했다.

각박한 환경보다도 위협적이었던 것은 과도한 행정이었다. 3시간이 넘도록 확보한 명단에 적힌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모조리 찾아내겠다는 정부의 단속 방식은 뚜안에게 간접적인 칼이 됐다. 고인이 친구에게 남긴 마지막 문자 중 하나는 "숨쉬기 힘들다"라는 문장이었다.

구직비자가 허용하는 범위 밖의 노동을 한 것은 불법이지만 죽어야 할 죄는 아니다. 지난 22년간 강제단속 중 최소 25명의 사망자와 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강제단속은 처벌이 아닌 행정의 영역이다. 반복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강제단속은 '행정권으로 인해 침해되는 기본권이 공익보다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다.

법무부와 대구 출입국사무소가 유족에게 한 사과가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사건 당시 보디캠과 촬영한 영상 전부를 유족 측에 제공해야 한다. 뚜안의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의 과정과 발견 후 처치 타임라인을 공개해야 한다. 진상규명위원회의 협조 요청에 응해야 한다.

강제단속과 관련된 성과지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속 머릿수만을 성과로 평가한 기존 방식에 더해 과정의 적법성까지 따져야 한다. 법무부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단속 대상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허울뿐인 권고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뚜안이 떠난지 오늘로 70일째다. 한국이 원망스러운 나라가 아닌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추락은 없어야 한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