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고용보험, 단계적으로 간다…사각지대엔 일단 1.5조 지원

정부 "고용보험 확대, 쾌도난마 불가"…논의 속도조절
사각지대 지원은 월 50만원씩 '실업부조' 형태로 충당

지방노동청에서 실업급여 상담을 기다리는 실업자. 2019.9.30/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전 국민 고용보험은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 논의가 청와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한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정부는 정치권이 현 시점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언급한 취지에는 공감하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 반드시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기금에 무리를 주는 급격한 대상 확대보다는 사각지대에 실업부조·재난구호 성격의 지원금을 국비로 지급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3주년 기념 행사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과 관련 "장기적으로 분명히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라며 "단계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준비를 갖추며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언급한 취지는 정부도 공감하나, 재원·보험료 산정·당사자 반발 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랜 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고용안전망 확대와 관련해 이전부터 견지해 온 입장이다.

이에 여당도 한 발 물러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대변인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고용보험은) 공식 추진 사항이 아니다"라며 "고용안전망을 확충,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검토해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사회적 논의도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전체회의. 2020.5.8/뉴스1

◇'쾌도난마' 불가한 고용보험 확대…정부 "실업부조 먼저"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한 정치권 논의는 청와대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근로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전 국민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라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이후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 등 여당 인사가 "21대 국회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정부와 학계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갑작스러운 '전 국민 확대' 언급에 앞서, 점진적인 대상 확대조차 논의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지난 6일 일자리위 행사에서 "여당에서 예술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가입 법안을 제출했지만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8년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예술인·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야당 반대에 가로막혀 상임위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따라서 20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끝나는 오는 15일까지 해당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같은 특고 안에서도 사용자 전속성·비대체성 등 근로자성 수준이 달라, 소득 확인·요율 산정·취실업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당정협의에 참석한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2019.6.4/뉴스1

정부는 조속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면 대상 확대보다는 '한국형 실업부조'가 더 가깝지 않냐는 입장이다.

한국형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제도 밖 취약계층을 포함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와 월 50만원씩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반 근로자는 물론 고용보험에 들지 못하는 특고와 프리랜서, 자영업자까지 포괄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법안은 2019년 9월 정부안이 발의된 이후 여야 발의안 3건을 합쳐 모두 4건이 제출됐으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이대로라면 폐기될 처지다.

이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빠른 시간 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제정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국회에 거듭 촉구 중이다. 그나마 지난 4·15 총선 결과 여당 압승으로 21대 국회에선 제도 도입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당초 올 7월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장 '코로나 사각지대' 지원은?…1.5兆 한시 지원금 푼다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이 아직은 먼 일이고, 국민취업지원도 20대 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면 코로나 사태에 따른 당장의 사각지대 지원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거나 여의치 않은 계층에게 한시적인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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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특고와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취약계층 93만명에게 월 50만원씩 3개월분(총 150만원)을 2회에 걸쳐 지급하는 사업이다.

추후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면 상시화될 실업부조 성격의 지원을 한시 추진하는 것이다. 고용안정지원금이 코로나 전후 소득 급감자에게 주어지는 반면, 구직촉진수당은 실직한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에게 주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예산 규모도 유사하다. 고용안정지원금 예산 규모는 1조5000억원이며,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올해 20만명분 지원 예산이 2771억원이다. 이를 고용안정지원금과 동일한 93만명으로 확대해 단순 계산하면 약 1조3000억원이 나온다.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정부 예산(국비)으로 충당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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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처럼 과도기적인 고용안전망 확대를 거쳐 2년 뒤인 2022년에는 한 해에 235만명을 떠받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춘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자영업자 최소 140만명 △고용보험 미가입자 중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따라 지원을 받는 60만명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35만명 등이 실업 또는 구직 상태에서 정부 도움을 받게 된다.

노동연에 따르면 이러한 고용안전망이 완성될 경우, 중위소득 60% 평균소득 대비 하위계층 평균소득 비율을 가리키는 '빈곤갭(격차)'은 지금보다 2.4%포인트(p)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 구직자의 취업률은 17%p 증가가 기대된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