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체계 전환, 경찰 조직 명운 걸린 일"…우려 속 '비상 체제' 가동
서장 매일 중요·검사 요구 사건 점검…시도청·국수본까지 중첩 관리
수사 인력 보강·전문성 강화…범죄 피해자 보호 제1원칙으로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70년 넘게 이어진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 체계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새로운 체계로 전환되면서 경찰도 준비에 분주하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맡고, 검사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수사와 기소 분리'는 그간 경찰의 숙원으로 꼽혔다.
경찰로서는 숙원을 이룬 셈이지만 수사 전문성 부족과 사건 암장 가능성 등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경찰은 '책임 수사 시대'에 맞춰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한편, 제도 시행과 동시에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 초기 혼선에 대비한다.
특히 사건 처리 전반에 대한 이중·삼중 점검 체계를 만들어 제도 전환 과정에서 우려되는 '사건 핑퐁'에 따른 처리 지연과 부실 수사, 수사관별 수사 품질 편차 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주재로 시도청 및 경찰서 수사부서장을 소집하는 회의가 열린다.
경찰은 전날(1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시도경찰청 수사 차장·수사부장, 총경급 과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도 진행했다. 전국 경찰서장급 이상 지휘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 2024년 8월 이후 약 25개월 만의 일이었다.
검사의 직접 수사가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담당하는 중대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범죄를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서 경찰 수사 완결성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체계의 출범을 앞두고 경찰은 잇따른 부실 수사와 수사 비위라는 '대형 악재'를 마주했다.
올해 광주 고교생 살인범 장윤기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고, 장윤기 부친의 증거인멸과 당시 수사팀장의 봐주기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유재성 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다.
이 의혹으로 경찰 수사의 수장인 전 국수본부장이 기소되는 등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실종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실종 수사 전반을 점검하고 시스템 개선에 착수했지만, 실종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일련의 사건에서 개인의 비위뿐 아니라 사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지휘·감독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는 이날부터 경찰서장은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처리 현황을 매일 직접 확인한다. 일선 경찰서에만 점검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도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단계별로 사건 처리 상황을 들여다보는 중첩 관리체계를 가동한다.
특히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사건이 반복적으로 오가는, 이른바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지연되거나 일선 관서·수사관에 따라 사건 처리 수준이 달라지는 것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내부 비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사건 조작이나 은폐, 뇌물수수 등 사건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비위는 엄정하게 수사하고 파면·해임 등 배제 징계를 원칙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늘어나는 사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사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경찰은 제도 시행 초반 사건이 폭증할 것을 대비해 수사 부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기동대 등 다른 기능의 인력을 줄여 약 2100명을 추가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 인원도 대폭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단기간에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수사 역량까지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건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숙련된 수사관을 확보하고 관서·수사관별 수사 품질 편차를 줄이는 것이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은 약 1년간의 수사 끝에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반려하고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20개월 넘게 수사하고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입증을 둘러싼 검찰과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사건을 송치했다.
새 체계에서는 검사의 직접 수사가 사라지는 만큼 경찰 수사가 미진해 보완 수사 요구가 반복될 경우 사건 처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에 수사 전문인력 자격인 수사경과자를 수사 부서에 우선 배치하고 현장 수사관을 대상으로 개정 형사소송법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등 전문성 강화에 나선다.
수사 완결성과 함께 범죄피해자 보호도 새 수사체계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경찰은 범죄피해자 보호를 경찰 수사의 제1원칙으로 정립하고, 사건 접수부터 사후 조치까지 범죄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진행, 종결 내용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고, 사건의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통지도 확대한다.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수사개혁위)가 지난 8월 경찰청에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체계를 구축하라는 내용의 권고사항을 발표한 만큼 관련 조직과 제도 개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대행은 지난달 2일 경남경찰청에서 이임식을 앞두고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형사사법체계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면서 "경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행은 전날 전국 경찰 수사지휘관 회의에서 "경찰 조직 전반을 강도 높게 개혁해 견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력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내일부터 전국 경찰관서에서 맡게 될 모든 사건이 '경찰에 맡기길 참 잘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도록 14만 경찰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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