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없는 거리' 첫날 대치동…'킥라니' 대신 전기자전거 '쌩쌩'
"학교 앞 킥보드 여러 대 지났지만 최근 줄어…통행 제한 환영"
무단주차는 간간이 보여…전기자전거 규제 제외는 사각지대
-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9월 30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좁은 보행로가 금세 가득 찼다. 바로 옆 도로에서는 트럭과 오토바이, 승용차가 끊임없이 오갔다.
평소라면 이 시간대 종종 모습을 드러내던 전동킥보드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대치동 학원가를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의 통행을 금지했다.
강남구청 소속으로 하교 안전 지도를 하던 한 관리자는 "이 시간이면 평균적으로 킥보드 서너 대는 지나다니는데 시행 첫날이라 그런지 오늘은 한 대도 보지 못했다"며 "킥보드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이라도 통행이 제한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킥보드가 사라진 자리를 전기자전거가 대신했다. 통행금지 구역 곳곳에서는 전기자전거가 학생과 보행자 곁을 지나갔고, 인도와 길가에는 무단 방치된 전기자전거도 눈에 띄었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전날부터 서울 지역 5곳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해 PM 통행을 금지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범 운영한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는 정식 운영으로 전환됐고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송파구 위례트랜짓몰 보행로, 은평구 연신내 로데오거리가 새로 지정됐다.
금지 구역에서 전동킥보드 등 PM을 타다 적발되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보도나 주·정차 금지 구간에 무단 방치된 킥보드는 견인되며 견인료와 보관료도 부과된다.
대치동 학원가 중심에 있는 도곡초 울타리에는 킥보드 통행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뉴스1이 이날 약 1시간 동안 금지 구역을 돌아봤지만 킥보드를 타고 지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교 안전 지도 관리자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는 차량은 시속 20㎞로 달려야 하는데 킥보드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도로 쪽으로 뛰어들 때마다 킥보드와 부딪힐까 아찔했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던 학부모 정 모 씨(33·여)도 "아이들이 다니는 길이고 도로 폭도 좁아 킥보드가 지나갈 때면 사고가 날까 걱정됐다"며 "며칠 전부터 통행금지 안내 현수막이 붙은 뒤 킥보드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범 운영 지역 생활인구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0.4%가 '전동킥보드 무단 방치가 줄었다'고 답했다. '충돌 위험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77.2%였다.
문제는 킥보드가 줄어든 거리에서도 다른 이동수단이 보행 안전을 위협할 여지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날 대치동 학원가 일대를 약 1시간 동안 살펴본 결과 주·정차 허용구역이 아닌 인도나 길가 등에 킥보드 2대와 전기자전거 4대가 세워져 있었다.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던 주민 지성자 씨(72·여)는 "요즘은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예전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길가에 킥보드나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모습은 종종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전기자전거는 전동킥보드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지만 이번 통행금지 대상에서는 빠져 있다.
현재 스로틀 방식이나 스로틀·페달보조시스템(PAS) 혼합 방식 전기자전거는 통행 제한 대상이지만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동 방식에 따라 법적 분류가 달라 통행금지 적용 여부도 갈리는 것이다.
문제는 외관만으로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어떤 전기자전거가 통행 제한 대상인지 즉시 식별하기 어려워 단속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호 한양대 도로교통학과 교수는 "스로틀 방식과 PAS 방식 자전거는 외관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일일이 단속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전기자전거가 보행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한데 구동 방식에 따라 제재 여부가 달라지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수단 자체를 규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행자와 이동수단의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교수는 "이동수단 통행이나 무단 주·정차로 인한 보행 방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보행로와 이동수단 통행로가 안전하게 분리된 공간과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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