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의혹' 수사 왜 2년 넘게 걸렸나…월드컵 졸전 뒤 '급가속'

수심위 '신속 수사 필요' 의견 뒤에도 9개월간 결론 못 내
행정소송 판결 지켜보다 서울청 이송 두 달여 만에 결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2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다만 경찰은 약 2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에야 사건을 종로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사건 이송 두 달여 만에 협회 전직 임원 3명의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넘겼다. 장기간 이어지던 수사가 월드컵 부진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경찰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뒤늦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2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 등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숨기기 위해 허위 심의안건을 만들어 이사회를 속였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수심위 의견에도 결론 못 낸 종로서…경찰 "행정소송 지켜볼 필요"

홍 전 감독 선임 과정 의혹에 대한 수사는 2024년 7월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업무방해 혐의 고발이 종로서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종로서는 관련자 조사와 자료 분석을 이어갔지만 수사는 해를 넘겼다.

수사가 지연되자 고발인은 경찰이 처분을 미루고 있다며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서울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사건 관계인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에도 종로서는 약 9개월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사가 길어진 배경에는 홍 전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행정소송이 있었다. 경찰은 형사사건 처분에 앞서 행정법원의 판단을 지켜봤다는 입장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지난 6월 2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장기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행정소송이 4월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재판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특정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 회장에 대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특히 법원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하면서 이사회의 감독 선임 권한이 사실상 형해화됐다고 봤다.

월드컵 탈락·감독 사퇴 뒤에야 광수단 이송…'허위 심의안건' 확인

그러나 행정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도 종로서는 곧바로 사건을 처분하지 않았다. 이후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감독 선임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졌다.

홍 전 감독은 이 같은 비판 속에 지난 6월 29일 사퇴했다. 경찰은 이틀 뒤인 7월 1일 사건을 서울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전력강화위원 등 관련자 60여 명을 조사했다. 축구협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전력강화위 회의록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자료, 휴대전화 전자정보 등도 확보했다.

사건이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된 뒤에야 협회 전직 임원들이 허위 심의안건을 작성해 이사회를 속였다는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났다.

조사 결과 정해성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은 후속 감독 선임 작업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심의안건에는 요청한 것처럼 적혀 있었다.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 전 이사도 정당한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 전 회장 등이 이 같은 심의안건을 배포해 정상적인 감독 추천 절차를 거친 것처럼 이사회 이사들을 속인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종로서에서 약 2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건은 광수단 이송 두 달여 만에 혐의 성립 여부를 확인해 협회 전직 임원 3명을 검찰에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수사 초기에는 행정소송이, 이후에는 월드컵 부진에 따른 여론 악화가 경찰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례가 나오기 전에 일선 경찰서에서 섣불리 결론을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월드컵 졸전으로 비난 여론이 커진 뒤에야 사건을 광수단으로 이송한 데에는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