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 6개월…수사→기소→재판→수사 '무한루프'

[사법 3법 반년] ②고발 우려에 수사 위축 분위기…업무량 부담도
불복 수단으로 이용…"악용 없게 법 적용 요건 명확히 해야"

편집자주 ...범여권 주도의 사법 3법(재판소원·법왜곡죄·대법관 증원)이 처음 시행될 때 법조계에선 사법부의 독립 침해, 소송 장기화, 헌법재판소의 과부하, '코트 패킹' 등 우려가 나왔었다. 사법 3법 시행 반년을 맞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 확대라는 법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지,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지난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법왜곡죄' 형법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6.2.25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윤주영 기자 한수민 수습기자 = 지난 3월 범여권 주도로 도입된 사법 3법(재판소원·법왜곡죄·대법관 증원)이 시행된 지 9월 12일로 6개월째가 됐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사법·수사 기관의 업무 부담과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수사와 재판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법왜곡죄'는 일선 수사 현장에서 고소·고발 증가에 따른 업무 과중과 피소 우려, 방어적 수사 가능성 등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당할라"…위축되는 수사 현장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법왜곡죄가 시행된 이후 주요 법조인과 수사관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법왜곡죄 1호 사건은 조희대 대법원장 고발 사건이다.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은 지난해 5월 1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 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서면심리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왜곡죄 시행 첫날 경찰에 고발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7월 조 대법원장 등 대해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렸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현재 법왜곡죄로 고발된 권창영 특별검사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앞서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이 2차 종합특검이 나경원·김기현·윤상현·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을 기소한 것이 법왜곡죄에 해당한다며 권 특검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이 지난달 6·3 지방선거 경선에 사용된 당원 선거인단 명부를 요구한 경찰 수사관을 고소하는 등 주요 사건과 관련한 법왜곡죄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 경찰 등이 형사사건에서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리를 고의로 왜곡해 부당한 결론을 도출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이다.

지난 7월 24일 기준으로 법왜곡죄로 고소·고발된 인원은 1만2893명에 이르렀다. 신분별로 보면 경찰이 3535명으로 2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검사 727명(5.6%), 법관 529명(4.1%), 검찰수사관 및 특사경 167명(1.3%) 순이었다. 나머지는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아닌 비신분자다.

경찰에 대한 고발이 가장 많은 만큼, 현장에서는 법왜곡죄 시행 이후 수사관들이 피소·피고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전반적으로 피고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수사를 조심해야겠다는 식으로 어느 정도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혐의 구성이 어려운 범죄뿐 아니라 비교적 단순한 사건도 법왜곡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들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소·고발 늘어 업무 과중…불복 수단 될 우려도

법왜곡죄 사건 자체가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왜곡죄 관련한 고소·고발이 꽤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경찰관을 상대로 한 사건뿐 아니라 판·검사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도 많이 접수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법왜곡죄로 일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직무를 다루는 경찰·검찰·판사 등을 상대로 하는 고소·고발이다 보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송치 결과가 나와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에 대해 다시 고소하거나 이의신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업무가 많이 과중하고 힘든 면이 있다"고 하소연 했다.

법왜곡죄가 수사나 기소, 재판 결과에 대한 또 하나의 불복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의견도 나온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폐지된 이후 제대로 된 요건을 갖추지 않은 고소·고발 사건까지 처리하느라 지금도 경찰의 고소·고발 처리 업무 부담이 매우 크다"며 "불송치나 강제수사 여부처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사안마다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법왜곡죄가 결국 수사나 기소,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왜곡죄 신설 이후 경찰 수사관들이 '수사의 완결성' 측면에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경찰의 수사권 확대 등이 맞물리는 상황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건은 많이 쏟아지고 상대적으로 수사 인력은 부족한 데다 지방과 서울 간 인력 편차도 있다"며 "여기에 새로운 법까지 생겼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중·삼중의 압박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의 무한루프 안 돼”…적용 요건 명확히 해야

법왜곡죄의 큰 쟁점 중 하나는 수사·기소·재판의 판단에 대해 다시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법왜곡죄 자체가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제도"라며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책임의 무한루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에 대해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이어진 뒤 다시 그 판단 자체가 문제 삼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법왜곡죄는 정상적 형태의 법 규정은 아닐 수 있다"며 "그러나 그 부분은 수사·사법 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왜곡죄가 형사사법기관의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판단 차이나 해석 차이는 형사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용 범위와 요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