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 재편' 경찰청장 인선만 남았다…바닥 떨어진 국민 신뢰 회복 과제
경찰청 차장·서울청장 나란히 퇴임…청장 후보군 재편하고 인선 본격화
10월 수사체계 개편 앞두고 부실 수사 재발 방지·내부통제 강화 과제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정부가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보직 인사를 단행한 데다 경찰청장 대행이었던 유재성 전 차장마저 퇴임하면서 1년 9개월째 공석인 경찰청장 인사만 남게 됐다. 경찰청장 인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종철 신임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대행)과 고범석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유력 청장 후보로 언급되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발탁되는 '깜짝 인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차기 경찰청장은 오는 10월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확대되는 경찰의 책임 수사 권한에 걸맞은 역량 강화와 인력 확보를 도모하고 최근 잇따른 논란으로 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될 전망이다.
유재성 전 직무대행은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임식을 열고 38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무리했다. 유 전 대행은 "불과 한 달 뒤면 (검찰개혁법 시행으로)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다"며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 분명한 원칙과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정보 전 서울경찰청장도 제복을 벗고 경찰을 떠났다. 박 전 청장은 "잘못된 수사구조는 바로잡혔고 경찰이 온전한 수사의 주체가 되었으니, 공정하고 정의롭고 철저한 수사로 국민께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서열 1위' 경찰청장이 자주 거쳤던 요직으로 분류된다.
유 전 대행과 박 전 청장도 올해 7월까지만 해도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부는 지난달 12일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4명)를 발표하면서 경찰청장 후보군을 재편했다.
승진 내정자 4명은 전날(1일) 전보 인사를 통해 임명된 △김종철 경찰청 차장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고평기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승진 보직 미임명)이다.
이중 고 국장은 승진 인사 당시 제주경찰청장이었으나 이후 제주에서 불거진 허위 종결 논란으로 치안정감 보직에 임명되지 못하고 치안감 보직인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발령 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승진 내정이 취소된 것 아니고 이번에 임용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지휘부가 사실상 새 진용을 드러낸 가운데 경찰 안팎의 시선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경찰청장 인선을 향하고 있다.
김종철 차장과 고범석 청장이 청장직을 두고 2파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승렬 청장은 복병으로 언급된다.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 치안감(충북경찰청장) 출신의 이종원 청와대 국민안전비서관도 청장 후보로 거론한다.
그간 전례를 고려하면 제3의 인물이 급부상해 경찰청장에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주요 치안정감 보직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청장 인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다만 치안정감 보직 인사만 이뤄진 채 또다시 수장 공석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등 검찰개혁법이 시행되면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는데, 경찰청장 인선이 공소청장·중수청장 인선과 함께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그러나 수장 공백이 더욱 장기화할 경우 정책 추진과 조직 장악력에 어려움이 불가피해 청장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차기 청장의 시급한 과제로는 최근 잇따른 부실 수사와 사건 허위 종결 논란으로 훼손된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 회복이 꼽힌다.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에 이어 제주 실종 사건에서 담당 경찰관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 전 대행 역시 이임사에서 최근 사건·사고를 언급하며 지휘·감독 체계와 내부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사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고, 조직 차원의 검증과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장 오는 10월 형사사법 체계가 개편되는 점도 차기 청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한 달 뒤부터 경찰의 수사 책임이 대폭 커지기 때문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등 수사기관 체계가 크게 바뀌는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법리와 증거를 판단하고 사건을 책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언급된다.
수사관 개인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요 사건에 대한 교차 검토와 법률 자문 등 조직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관의 전문성은 높이면서, 오류는 조직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체계를 정비하고 최근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새 수장을 중심으로 조직에 동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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