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대신 '불법촬영'…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첫 마련

'몹쓸 짓·나쁜 손' 대신 성폭력·강제추행…'성추문·치정' 지양
성평등부·기자협회 공동 마련…수습·경력 기자 교육에 반영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성평등부 제공)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성폭력 사건을 '몹쓸 짓', 불법촬영을 '몰카'로 표현하는 등 여성폭력의 범죄성을 흐릴 수 있는 보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성평등가족부는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을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권고기준은 지난해 12월 30일 개정돼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법은 성평등부 장관이 여성폭력 사건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도 권고기준과 이행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고기준은 여성폭력을 개인의 일탈로만 다루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을 비롯해 △정보의 정확성 확인과 사후 조치 △선정적·자극적 보도 금지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따른 관리 책임 등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동안 여성폭력 사건 기사에서 익숙하게 사용한 표현들을 지양하도록 했다.

몰카나 몰래카메라는 불법촬영을 장난이나 오락적인 행위처럼 받아들이게 해 범죄성과 피해를 희석할 수 있는 만큼 불법촬영이나 불법촬영물로 표현하도록 권고했다.

몹쓸 짓이나 나쁜 손처럼 범죄행위를 에둘러 표현하는 대신 성폭력, 강간, 강제추행과 같이 구체적인 가해행위를 정확하게 쓰도록 했다.

성추문, 섹스 스캔들, 치정, 삼각관계도 폭력을 개인의 사생활이나 연애 갈등, 흥미거리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만큼 성폭력, 성희롱, 교제폭력, 스토킹 등 사건 성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도록 했다.

가해행위를 사랑이나 질투, 분노 등 개인적 감정이나 우발적인 상황으로 설명하는 방식도 지양해야 한다. 피해자의 행동이나 직업, 옷차림, 관계 이력을 폭력의 원인과 연결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보도 역시 하지 않도록 했다.

권고기준은 피해 상황이나 범행 수법을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묘사하거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과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 행위도 경계했다.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을 과도하게 공개하는 행위도 삼가도록 했다.

이번 기준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기자협회가 추천한 현직 기자들의 자문을 거쳤으며 지난 6월 열린 여성폭력 사건보도 관련 포럼에서 나온 언론계와 전문가 의견도 반영했다.

성평등부는 실제 보도 현장에서 권고기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수습·경력 기자 대상 교육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여성폭력 방지 정책 유공 포상 때 여성폭력 사건을 우수하게 보도한 기자를 포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여성폭력 사건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기준이 언론 현장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책임감 있게 보도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여성폭력 사건보도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감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장 기자들이 권고기준을 충실히 참고해 보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보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