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경쟁'에 매몰·만성적 인력 부족…경찰 조직 '대수술' 필요
[시험대 선 경찰] ③"기형적 인력 구조…현장 중심 재배치 해야"
- 강서연 기자, 윤주영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윤주영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 광주 장윤기 사건에 이어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등 경찰 수사의 부실·소극 대응 논란이 잇따르면서 경찰 조직 전반의 수사 역량과 책임 체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세분된 계급 체계가 승진 경쟁을 과열시키면서 경찰관들이 승진시험과 보직 경쟁에 치중하고, 정작 현장 치안 활동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 된 경찰개혁을 위해서는 조직의 명칭이나 권한 배분을 바꾸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찰관들이 현장과 수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경찰개혁과 관련해 경찰의 책임감과 적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승진·인사 구조를 개편하고,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11단계인 경찰 계급을 6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경찰계급은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11단계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으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세분된 경찰 계급 체계가 과도한 승진 경쟁을 부추기고, 경찰관들이 승진시험 준비에 매몰되면서 정작 시민을 위한 치안 활동이 위축되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또 "내근 업무 상당 부분을 일반 공무원으로 대체하고 제복 경찰은 현장으로 보내는 방향의 대대적인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간 근무시간의 10%를 시나리오 기반의 전문성 교육에 할당하는 등 교육을 상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교수는 "경찰의 중요한 자산은 결국 인적 자본"이라며 급변하는 치안 현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개혁 논의가 내부 감시와 관리·감독 강화에 집중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 관계자는 기동순찰대 등 조직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행정 인력은 늘어났지만, 지역경찰과 수사경찰 등 일선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기형적 인력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 부서 기피 현상으로 전문인력 부족이 심각한 만큼 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인력이 확보돼야 개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추적과 수사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하반기 인사에 맞춰 경찰기동대 정원을 조정해 수사 부서에 추가로 881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부서 간 인력을 이른바 '돌려막기'하는 데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임시방편만으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경찰 조직 전체 차원의 인력 확충 방안을 서둘러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실종 사건은 인력 부족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로 꼽힌다.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단순 가출 여부를 초기 단계에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자의 주변을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수색과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사건이 동시에 접수되면 제한된 인력만으로 각각의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워진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를 신속하게 찾기 위해서는 여러 인력이 동시에 투입돼야 하지만, 한 사건에 인력을 집중할 경우 다른 사건의 처리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이 사라진 사건은 처음부터 단순 가출인지 범죄 피해인지 알 수 없어 한 건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며 "건수가 늘면 그에 비례해 인력이 늘어야 하는데, 인력은 그대로 두면서 모든 사건을 완벽하게 처리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장비·예산·법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경찰의 축소·재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치안과 관련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측면에선 정보경찰만큼 뛰어난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없다"면서도 "치안 정보 수집과 여론 수렴은 꼭 정보경찰이 아니라도 일선에 있는 경찰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경찰직협 관계자 역시 달라진 안보 환경과 집회·시위 문화를 고려해 정보경찰을 축소하고 그 인력을 일선 현장에 보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조직을 이끌 지휘체계와 리더십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장기화한 경찰청장 대행 체제와 관련해 "지금의 전반적인 경찰 근무기강 해이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심리적 영향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대행 체제에서는 경찰청장의 지시가 일선에까지 충분한 무게를 갖고 전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직협 관계자 역시 대행 체제 장기화가 조직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행 체제에서는 승진이나 보직을 둘러싼 눈치 보기가 심해져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승진을 위해 복지부동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찰개혁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개별 제도를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에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경찰개혁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수준의 '국가적 과제'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꾸려 경찰개혁을 해 왔다는 점을 사례로 들며 "(국내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경찰개혁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대대적인,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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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당장 10월부터 경찰 수사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그러나 최근 연달아 터져 나오는 부실 수사와 내부 비위 논란은 경찰개혁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되묻고 있다. 수사권 확대에 걸맞은 역량과 책임을 갖춘 경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개별 수사관의 전문성과 책임성부터 사건을 걸러내는 내부 통제, 지역 유착을 차단할 인사·지휘체계와 현장 중심의 조직 운영까지 경찰 수사를 둘러싼 구조적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