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거세지고 묘수는 없다…제주 실종에 진퇴양난 빠진 경찰

매뉴얼 강화·전수점검 지시 …현장선 "인력·시스템 한계"
수사 부서 충원도 시급…실종팀 증원 시 '돌려막기' 우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6.8.27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윤주영 강서연 기자 =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허위 종결 논란을 계기로 경찰이 실종수사 체계 전면 손질에 나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매뉴얼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종 사건의 특성상 사건 발생 때마다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경찰서별 인력과 사건 양에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수사 부서 인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실종 수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논란을 계기로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 31만 건을 전수 점검하고, 실종사건 종결 과정에서 형사과장 결재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수사체계 강화에 나섰다.

경찰이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지침의 핵심은 실종사건 종결에 대한 상급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실종자 소재 등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형사과장이 실종자의 안전 확보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사건 종결을 승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제주 사건과 같은 허위 종결을 막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제주 사건은 한 개인이 허위로 보고를 하면서 문제가 된 것인데 과장 결재로 그걸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경찰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 선밖에 없는 것이라는 건 알지만, 현재 마련된 대책이 허위 종결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도 문제다. 실종 사건은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도 실종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등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 경우 도시 지역에 비해 CCTV 등 추적 수단이 부족하고 수색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서별 정원은 정해져 있어 갑자기 실종 사건이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청은 야간·휴일에도 일정 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실종 수사 인력 운영체계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수사 부서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실종팀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실종 수사 인력까지 별도로 늘려야 한다면 다시 수사 부서에서 인력을 빼 오는, 이른바 '돌려막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직 경찰은 "각서의 정원이 정해져 있고 담당 업무가 정해져 있는데, 당장 실종 사건에 투입할 만한 인력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실종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인력을 증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편차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인구와 실종사건 발생 건수가 많은 대도시에는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실종 사건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동일한 규모의 전담팀을 두는 것은 인력 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전담팀은 실종만 맡는 상시 인력에 가까운 개념"이라며 "인구가 늘어 실종 사건도 많아진다면 서장 판단에 따라 2~3명으로 전담팀을 늘려 배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생한 실종 사건의 내용과 경찰서의 가용인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책임자가 내용을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성인 실종사건 가운데 실제 범죄와 관련된 사건은 일부에 그친다는 점도 경찰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대부분의 성인 실종자는 스스로 귀가하거나 소재가 확인되지만, 경찰은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기 전까지는 사건을 관리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 쪽은 소재 파악 범위가 너무 원거리로 확대된다"며 "현실적으로 추적이 안 되다 보니 한계가 오고, 사건은 끝나지 않은 상태로 계속 끌고 가며 가지고만 있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담당 경찰관의 사명감이나 판단에 따라 실종자 대응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실종 수사 업무는 법이 아닌 예규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일종의 대국민 서비스"라며 "경찰에 실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법에 따른 권한을 주고,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는 책임을 묻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업무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문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경찰의 실종 수사 업무를 어떤 체계로 가져갈지 국가적인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