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도 없는데 왜…프로파일러가 본 실종 '허위 종결' 경찰 심리는
"영웅주의·갓 콤플렉스 등 살펴봐야…공감능력 부족도"
"'운 나빠 걸렸다' 억울할 듯…조직 관리·감독도 문제”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제주 지역에서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의 행동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해야 할 경찰관이 실종자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둔갑시켜 사건을 종결하고,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찰관의 행동에 대해 개인의 공감 능력이나 책임감 부족 외에도 경찰의 특수한 조직 구조와 부실한 관리·감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장 씨 사건을 허위 종결한 부 모 경장(34)은 장 씨 사건 외에도 다수의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장 씨 관련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 '교통사고 사상자'라는 코드를 선택하고, 다른 실종자인 60대 남성 A 씨의 실종 해제 사유로는 '소재 발견'을 입력했다.
부 경장이 이들과 연락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부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주장을 줄곧 유지하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상태다.
범죄분석 전문가인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러한 부 경장의 행동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경찰, 소방, 교정 등 일정한 권한을 가진 조직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경우라고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히어로 크라임, 영웅주의 등으로 표현하는데, 보통 무력을 가진 집단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탈"이라며 "일종의 과시이고,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밀려있는 일을 빠르게 처리해 주는 사람이 영웅"이라며 "실종자를 실제로 찾는 대신 사건 자체를 빠르게 종결해 '처리해야 할 사건의 수'를 줄이는 행태가 현장에서는 호평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 경장은 지난 22일 긴급 체포됐으나 곧바로 체포적부심을 청구해 풀려났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여길 경우 법원에 체포 타당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법원은 체포의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부 경장을 24일 석방했다. 다만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우려로 인용되면서 부 경장은 석방 하루 만에 다시 구속됐다.
배 프로파일러는 부 경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적부심을 청구한 것 역시 자신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아니라 '나만 운 나쁘게 적발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만 드러난 것이지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은 안 드러났고 자신만 드러났으니 현재 상황을 억울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부 경장이 실종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나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피해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표 소장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실수가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사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런 점에서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병의 문제라기보다 성격의 문제"라며 "경찰관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 경찰에 들어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 경장을 아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성격이 내향적이긴 했지만, 일탈을 할 만한 직원은 아니었고 근무 태도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표 소장은 "그 정도는 늘 언제나 모든 범죄자에게 나오는 이야기"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표 소장은 이번 허위 종결이 경찰관 개인에게 큰 경제적 이익이나 즉각적인 보상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적인 부패 범죄는 뇌물이나 사건 무마 등 행위에 따른 반대급부가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 소장은 "부 경장이 '내가 마음대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권한 자체를 행사하려 하는, 일종의 '갓 콤플렉스'(God Complex)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판단으로 실종자의 가족이 더 이상 찾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왜곡된 권한 의식이 작용했다면 이는 심각한 가학적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표 소장은 현재 상황에서 이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경찰관의 온라인 활동이나 과거 행동, 주변 관계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문제와 조직의 문제가 뒤섞여 있어 현재 단계에서 해당 경찰관의 성격만으로 사건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교수는 부 경장에 대해 "양심적이지 않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업무 처리가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수사 과정이 부실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해당 경찰관의 행동이 오랜 기간 조직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 경장이 이전부터 여러 건의 실종사건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했다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 차원의 관리·감독 실패 여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정 지역 내에서 서로서로 봐주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런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를 해도 발각이 잘 안되고, 발각이 된다고 해도 눈 감아주고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러다 갑자기 문제 제기가 되면 부당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의 수사 진전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젊은 여성이 야밤에 나가 야자수 나무에다 목맴사? 소가 웃을 일'이라고 적은 바 있다. 앞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회에서 장 씨의 사인에 대해 "목맴사로 추정된다고 보고받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것이다.
이 교수는 "범죄 피해 발생 가능성 유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수사 중간발표를 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초동 단계에서 대응을 제대로 못 했고, 현재도 타살 가능성은 아예 열어두지를 않고 수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경찰청은 전날(26일) 브리핑을 열고 "현장 상태와 부검의 구두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 씨가 숙소를 나선 당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는 가운데 현장 감식과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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