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추정 시신 발견…'경찰 실종 사건 단독 종결' 이대로 괜찮나
최근 3년간 성인실종 7만건 웃돌아…책임 물을 법 없는 '성인 실종'
관련 법 없이 내규 뿐…"실종자 수사·수색 등 가능하게끔 법제화해야"
- 유채연 기자,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이세현 기자 = 제주 지역 경찰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실종자 장미란 씨(30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장 씨 사건의 실종 신고를 담당했던 A 경장(30대)은 또 다른 실종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단독 종결'이 A 경장이나 제주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찰 역시 추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국 전수조사에 나섰다. 실종 신고에 대한 전수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독단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인실종 신고는 22023년 7만4847건, 2024년 7만1854건, 2025년 7만814건 등 7만 명을 훌쩍 웃돌았다.
대다수의 사건 종결 처리되지만 매년 수백 명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미해제 건수로 남는다. 미해제 건수는 2021년 256건, 2022년 237건, 2023년 289건으로 300건이하였지만 2024년 411건을 기록한 후 2025년 458건까지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성인실종 신고는 4만1894건으로, 이중 미해제 건수는 245건이다.
통상 성인 실종은 대체로 '일반 가출'로 신고가 처리되면서 경찰의 본격적인 수색 절차 없이 사건이 종결돼 왔다.
실종 성인은 별다른 범죄 혐의점 등이 발견되지 않으면 '단순 가출'로 판단하고, 범죄 혐의점 등이 명확히 확인될 때 수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인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에 따라 자유 의지로 집을 나간 것에 대해 국가의 강제력이 동원돼서는 옳지 않다고 기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성인 실종 신고의 대부분은 가출로 판단되는 경우"라고 했다.
문제는 '대다수'에 해당하지 않는 일부 실종 사건에 대해 경찰의 권한과 책임을 규정하는 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은 △실종 당시 만 18세 미만의 아동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 △치매환자의 실종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인 실종자에 대한 수사 관련 규칙은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성인 실종자는 기본적으로 '가출인'으로 규정된다.
그마저도 경찰 예규일 뿐이어서 성인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수사하거나 필요에 따라 건물을 수색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경찰의 법적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장미란 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경찰은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실종자의 과거 신고·발견 이력 등을 조회하고 사건 처리 내용을 입력하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담당 경찰관이 단독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11년 도입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자 관련 정보를 관리하고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은 이 시스템을 통해 실종자의 과거 신고·발견 이력 등을 조회하고 사건 처리 내용을 입력한다.
현재는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의 검토를 받더라도 전산 시스템상 실종 해제 처리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다.
경찰은 약 한 달 안에 시스템 개선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담당 경찰관이 전산상 단독으로 종결하지 못하도록 관리자 승인 절차를 도입하는 이중장치가 마련될 예정이다.
또 경찰청은 전국 실종사건 처리 가운데 허위 종결 처리가 없는지 전수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대책들은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실종 사건 수사계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권한과 의무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실종자 수사·수색과 즉각 대처가 가능하게끔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인 실종 사건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선 기존 '아동실종법'을 아동뿐 아니라 성인까지 포괄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건수 교수는 "이번 기회에 실종법으로 통합해 나이 제한이 아니라 실종의 위험도에 따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행법상으론 범죄 혐의가 없으면 사실상 조사가 안 되는데 실종자를 찾기 전까진 범죄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윤호 교수도 "아동으로 국한하지 말고 통합적인 실종 사건 수사 규정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성인의 경우 적어도 생사를 확인할 때까지는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강제 수사 및 수색, 휴대전화 위치 파악, 통신 자료 영장 집행 등의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운데, 이런 대처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실종성인의 수색 및 발견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나아가 제도적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수 교수는 "해외의 경우 실종 사건과 관련한 민관 실종 찾기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에도 실종 사건을 총괄하는 센터가 신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되 민간 기관에서 경찰의 실종 업무 처리에 대한 감시와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법제화와 제도화를 통해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함께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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