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렸지만 "그냥 약속 갈래요"…'대피' 없는 '민방위 훈련'

지하 공간 대피해야 하지만…"딱히 대피 안내도 없어"
사이렌 들은 외국인들 '어리둥절'…"아무도 신경 안 써"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0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민방위요? 몰랐어요. 약속이 있어서 그냥 가려고요."

20일 오후 2시 민방위 훈련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시민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서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선 시민들이 인근 지하공간으로 대피할 생각 없이 그대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관광객들도 아무렇지 않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에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실시됐다. 사이렌이 울리면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나 인근 지하공간으로 대피해야 하며, 차량 통제가 이뤄지는 곳도 있다. 서울 도심에서는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숭례문 교차로까지 오후 2시부터 5분간 차량 통제가 이뤄졌다.

하지만 민방위 훈련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별로 없었다. 오후 2시 광화문광장 횡단보도 근처에서 서너명의 시민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공무원들조차 이들에게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라는 별도의 안내는 하지 않았다.

약속 장소로 향하던 직장인 김 모 씨(28·여)는 "민방위 훈련이 오후 2시부터인 걸 몰랐다"며 "사실 참여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는 없으니까 약속 장소에 그냥 가려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역 2번 출구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 모 씨(20·남)는 "민방위 훈련을 알고는 있지만 언제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민방위 깃발을 든 한 공무원은 시민들이 거의 대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방위 훈련이 자율 참여고, 차량도 5분만 통제해서 그렇다"며 "딱히 대피하라고 안내하진 않고 책자만 나눠준다"고 설명했다.

민방위 훈련 관련 안전안내문자를 받은지 모르는 시민도 많았다. 구미에 거주하는 50대 이 모 씨는 "민방위 훈련인 걸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후 "아 여기 문자가 와있었는데, 내가 휴대전화를 안 보고 있을 때 알람이 와서 못 봤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민방위 훈련을 처음 겪어 더욱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광화문광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국인 여행객 A(25·여)는 "민방위 훈련이라는 것도 몰랐고, 관련해서 안전안내문자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휴대전화로 안전안내문자를 받았어도 한국어로 적혀있어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는 외국인도 있었다.

가족과 여행하러 한국에 온 프랑스 관광객 마엘 르루아(19·여)는 "한국어로 문자가 와서 번역해서 내용을 알게 됐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외국인용 재난안전정보 앱 'Emergency Ready App'에서 대피소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민방위 훈련은 공습, 테러, 화재 등에 대비해 실시하는 전국적인 대피 훈련이지만 사실상 참여율이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단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어릴 때만 해도 민방위 훈련하면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했는데 오늘은 회사 안에 있으니, 사이렌도 안 들렸다", "요즘엔 민방위 사이렌이 울려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경복궁에서 관광객들의 이동이 통제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0 ⓒ 뉴스1 김성진 기자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