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감사합니다"…양정원 사건 무마 대가 룸살롱 접대 경찰 기소(종합)

전직 강남서 수사팀장 뇌물수수 등 혐의 구속 기소
남편 소개 경찰청 간부도…"연루된 타 수사과도 조사"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1팀 소속이었던 송 모 경감과 양정원 남편 이 모 씨 간의 대화((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제공)/뉴스1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일단은 뭐 '고소 취소'지. 되면 연락 줄게. 다음 주면 바로 끝날 거야""형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식사 한번 하시죠"

인플루언서 양정원 씨(37)의 남편으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룸살롱 접대 및 금품을 받고 양 씨의 사기 혐의 사건을 무마한 경찰관이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서울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이었던 송 모 씨를 뇌물수수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함께 향응을 받은 경찰청 소속 간부(경정) A 씨를 알선뇌물수수죄 등으로, 뇌물을 건넨 B 씨를 뇌물공여죄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송 씨는 강남서 수사1과 팀장으로 재직하던 2024년, 양 씨의 남편인 이 모 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전산상 사기 혐의 피의자였던 양 씨를 참고인으로 임의 전환해 사건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다.

과거 필라테스 학원 프랜차이즈 모델로 활동하던 양 씨는 2024년 7월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피소됐으나, 송 씨의 조치로 인해 같은 해 12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필라테스 강사 출신 인플루언서 양정원 씨(37)가 29일 오후 자신이 연루된 가맹사기 사건의 대질조사를 위해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4.29 ⓒ 뉴스1 권진영 기자

검찰에 따르면 이 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A 씨가 양정원 사건을 수사하던 송 씨에게 이 씨를 소개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송 씨와 A 씨는 이 씨에게 "(양 씨를) 조사할 때 직접 에스코트도 해주고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돌리고 신경을 썼다"고 알렸다. 이후 두 사람은 이 씨로부터 무마에 대한 감사 표시와 추가 사건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명품 스카프 등 금품과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송 씨는 양 씨의 다른 사기 사건이 문제시되자 담당자인 강남서 후배 경찰관에게 "내가 다 이미 (불송치) 한 사건이니, 빨리 (무혐의로) 종결하라"는 취지로 압박했으며, 동료 경찰관들을 통해 피해자가 고소 취하를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 씨에게 "소개해 준 송 씨가 고참 팀장이라 영향력이 있다" "사건에 대한 조치가 잘 됐다"고 말하며 사적 만남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신 부장검사는 "(양 씨) 사건 관련해서 피해자에 고소 취하를 유도하는 등 불송치에 관여한 강남서 수사2과 소속 경찰관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 입건은 안 된 상태"라고 했다.

또 송 씨는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서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 등 3명으로부터 사건 무마 및 청탁 등 명목으로 8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

구체적으로 송 씨는 암호화폐·다단계 업자인 B 씨에게 수사 정보 및 사건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2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 후배 경찰관을 독촉해 B 씨 사건도 접수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했다.

아울러 이 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해 온 시세조종 선수 C 씨가 강남서에 사기죄로 고소되자, 이 씨로부터 사건을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관련 수사 정보를 알려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건은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됐으며, 송 씨는 그 대가로 C 씨로부터 유흥업소 접대 등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제공)/뉴스1

이 밖에도 송 씨는 해외 출국으로 지명통보된 지명수배 사기 사건 피의자에게 접근해 "사건을 챙겨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씨는 현금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해당 사건을 직접 무혐의 불송치로 정리했고, 불송치 받은 당사자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용돈 명목으로 미화 3000달러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 부장검사는 "(송 씨) 사건을 조사하며 놀란 부분은 2020년 경찰청 내부에서 만들어진 '직원 간 사건 간섭 금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단 점"이라며 "(경찰들은) 내부 조직문화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6년간 해당 지침 위반으로 징계까지 이뤄진 경우는 단 3건 밖에 없다고 한다. 대부분 구두 경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 등에 따르면 송 씨와 A 씨는 직위해제된 상태다. 이 씨 등 일당은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의 주가를 조작해 14억 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현재 재판받고 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