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전자담배에 담아 '던지기'…일당 32명 검거

화장품 용기 등에 담아 밀수·유통 시킨 13명 구속
2000개 분량 압수…에어컨 기사 등 일반인도 가담

화장품 통에 들어 있는 에토미데이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약류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서 밀수한 뒤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담아 유통하려 한 일당과 투약자 등 3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 전과가 없는 일반인까지 돈벌이를 위해 밀수·유통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밀수입책 6명, 유통책 15명, 매수·투약자 11명 등 32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3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범죄수익 1억 2000만 원을 환수하고 시가 12억 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2L와 빈 전자담배 카트리지 1400개를 압수했다. 압수한 원액은 카트리지 약 2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해외총책 2명 중 1명은 인터폴 적색수배했으며 나머지 1명도 국제 공조수사 중이다.

화장품·섬유유연제로 위장…일반인까지 밀수 가담

경찰이 적발한 3개 밀수 일당은 태국과 베트남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화장품 용기와 섬유유연제 팩, 식료품 상자 등에 숨겨 국내로 들여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 후배와 여자친구, 택배기사 등을 운반책으로 끌어들였고 범행 사실을 모르는 보따리상까지 밀수에 이용했다.

범행에는 에어컨 설치기사와 타투이스트, 전직 선원 등 마약 전과가 없는 일반인들도 가담했다. 일부는 해외 마약상과 접촉해 고수익을 노리고 범행에 뛰어들거나 주변 사람을 운반책으로 섭외했다.

밀수한 에토미데이트 원액은 국내에서 전자담배용 액상으로 가공됐다. 일당은 원액을 카트리지에 소분한 뒤 대구·경산 등에서 좌표를 전달하고 땅속 등에 숨겨두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판매했다.

과거 에토미데이트가 주로 주사제 앰풀 형태로 불법 유통된 것과 달리 이번에 적발된 카트리지는 시중 전자담배 기기와 호환됐다. 길거리나 유흥업소 등에서도 일반 전자담배처럼 주변의 의심을 피하며 투약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일당이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한 에토미데이트.(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동물용 마취제까지 혼합…"무슨 약물인지도 모르고 투약, 인명 피해 우려"

압수한 에토미데이트에서는 비마약성 동물용 마취제 '메데토미딘'도 검출됐다. 메데토미딘은 최근 해외에서 불법 펜타닐 등에 섞여 음성적으로 유통되며 신종 마약 대용 약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체에 투여할 경우 강한 진정 작용과 서맥, 저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약물과 혼합되면 투약자가 정확한 성분조차 모른 채 사용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메데토미딘이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자체 유통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은 지난해에 이어 전날(19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지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선봉 서울청 마약범죄수사1계장은 "메데토미딘은 투약자들이 자신이 어떤 약물을 투약하는지도 모른 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무분별한 투약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압수한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 일당은 에토미데이트를 액상 카트리지에 소분해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마약류 지정됐지만 '처벌 공백'…경찰, 특가법 개정 요청

에토미데이트는 오랫동안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되며 '제2의 프로포폴'로 오남용돼 왔으나, 관련 시행령 개정을 거쳐 지난 2월부터는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24년 불법 투약 의료기관을 적발한 뒤 관계 당국에 마약류 지정을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

그럼에도 에토미데이트의 대규모 국내 유통에 대한 가중처벌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현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일정 가액 이상의 마약류 수출입·제조 등을 가중 처벌할 뿐, 에토미데이트의 대규모 국내 매매·유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에 의료용 마약류의 대규모 국내 유통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입법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강 계장은 "중국·대만 등에서 확산한 액상형 에토미데이트가 국내에서도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중독자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유통에 대한 가중처벌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