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대신 광화문 나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대통령 면담 요구"

故 서영철 대표 사망 후 닷새째 농성…사참위 설치 등 촉구
빈소 설치 놓고 서울시와 한때 갈등…제사상 차리고 조문 시작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8.18 ⓒ 뉴스1 안소연 수습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 고(故)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의 사망 이후 닷새째 농성에 나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가 18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조문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고 범정부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는 피해자 배·보상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과거의 피해 등급 판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2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설치해 참사의 진상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연대는 "누가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는지, 피해자 구제와 배·보상을 누가 방해하거나 지원했는지,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이 지금까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서 대표의 죽음은 한 피해자의 죽음으로 끝나선 안 된다. 국가 배상 청구가 가능해지는 날까지 이 광장을 떠나지 않고 지키겠다"고 밝혔다.

연대는 광화문광장에 서 대표 빈소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서울시와 대치하기도 했다. 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빈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이를 막는 공무원들에게 한때 제지당했다. 연대 측이 "당신들이 공무원들이냐, 용역이지"라고 소리치자 결국 공무원들이 물러났다.

현재 광화문광장에는 서 대표의 영정, 생전에 사용하던 휠체어, 과일 등이 올려진 제사상과 함께 근조화환 등이 마련돼 시민들의 조문과 분향을 받고 있다. 다만 천막은 설치되지 않았다.

연대는 지난 16일에도 오전 11시부터 약 7시간 동안 빈소 마련을 위한 천막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대치했다. 17일에도 서울시 측은 서 대표의 영정 등을 올려놓을 테이블 이동을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바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은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사전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연대는 지난 16일 기준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연대가 사전 허가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조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신청을 접수하지 않았다.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8.18 ⓒ 뉴스1 안소연 수습기자

연대는 서울시를 향해 빈소 설치를 허가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태윤 장례위원장은 "국가의 관리 감독 아래 유통된 제품을 사용했다가 생명과 건강을 잃은 국민의 영정 앞에는 행정 절차보다 먼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과 최소한의 예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 대표 아들 한결 씨는 이날 근조 완장을 차고 상주 리본을 단 채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결 씨는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살면서 큰 실수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이라며 "아버지가 너무 갑작스럽게 가셔서 너무 분하다"고 했다. 한결 씨는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해달라는) 유지를 받아들이는 가족이 어딨겠냐. 그런데 아버지가 억울해서 해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서 대표는 11일 기흉 증세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를 찾았다가 쓰러진 뒤 약 1시간 3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69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서 대표는 생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당사자로서 피해자 운동을 주도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유해 성분이 사용자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서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서 대표는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대는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