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비명 "태풍 매미보다 심하다"…'900㎜ 물폭탄' 흙탕물 잠긴 집기들
곳곳 침수된 도로에 '상황판'까지 등장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광복절 연휴 사흘간 경남 지역에 쏟아진 700㎜ 이상의 물폭탄으로 곳곳의 피해가 속출하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긴박한 상황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906.9㎜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사흘이 채 안 되는 기간 누적 강수량은 평년 여름철 강수량의 90%를 넘어섰으며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폭우로 거제 등 지역의 도로 12곳, 하천 4곳, 주택 20개소가 파손됐고 23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연휴 간 거제 지역 주민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에서는 도심이 흙탕물에 잠겨 컨테이너부터 승용차에 이르는 각종 집기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네티즌은 "저런 물난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며 "태풍 매미 때보다 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태어나서 거제 18년 내리 살았는데 태어나서 이런 일 처음"이라며 이날 새벽 12시 26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8통이 쏟아진 긴급 재난 문자 내역을 공유했다.
도로 곳곳이 침수 피해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는 호소도 잇따랐다. 경남도는 이번 폭우와 관련 212개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거제 전체가 마비됐다'고 설명한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역대 2위라는데 '태풍 매미보다 심하다'. '거제에서 수십 년 살면서 이 정도로 물이 차오른 적 처음 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도로가 전면 통제라 섬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어 고립된 상황이라 외국인도 많고 여행객도 많은 동네인데 탈출하려는 차 행렬로 길이 막혀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도 '탈출로 X 우회도로 X 고립 상태 ○'란 문구와 함께 비에 잠긴 도로를 헤치며 운전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이렇듯 도로 곳곳이 마비되면서 일각에서는 '어디로 대피해야 하나'라며 불안을 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새벽 2시에 긴급재난문자가 왔다. 잠도 안 자고 보내준 건 고마운데 대체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건가"라며 안전안내문자 내용을 공유했다.
한 네이버 카페 회원은 "뉴스 보고 답답해서 어디가 막혔는지 한눈에 보이는 지도를 하나 만들었다"며 직접 제작한 온라인 지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식당 상인은 쓰레기통으로 물을 퍼내고 밀대로 물을 밀어내는 영상을 올리며 "정말 어렵게 구한 자리였는데 아무리 물을 퍼내고 또 퍼내도 물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당분간 매장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외에도 식당, 헬스장, 펜션 등 곳곳의 가게들이 SNS를 통해 휴무 안내를 올리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42분쯤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인근에선 산사태로 아파트 1층이 매몰돼 1명이 숨졌고 2명이 다쳤다. 침수에 따른 고립과 대피도 이어졌다. 거제시에서만 오후 1시 기준 208세대 335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남 통영 4개 시장과 거제 11개 시장에서 침수 및 토사 유출로 인한 점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화재보험협회 등에 긴급 안전 점검을 요청했다.
경남도는 산림청과 군부대 등의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거제·통영 지역에 집중 배치하기로 했으며 거제시는 오전 8시를 기해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는 등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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