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명동 매장 절반 이상 '개문냉방'…외국인 관광객 "시원하긴 하지만"
폭염 속 대부분 개문냉방 영업 성행…"문 열면 손님 수가 달라"
외국인 관광객도 "낭비" 지적…전문가들 "전기요금 현실화해야"
- 신윤하 기자, 한수민 수습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한수민 수습기자
"저희는 1년 365일 매일매일 문을 열어놔요. 문을 열 때와 닫을 때는 들어오는 손님 수 자체가 다르잖아요."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화장품 로드샵 직원 김 모 씨(38·여)는 에어컨을 튼 채 매장 문을 열어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씨는 "너무 더우니까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도 있다"라며 닫혀 있던 다른 한쪽 문도 활짝 열어젖혔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극한 폭염이 나타난 올해 여름에도 주요 상점가의 개문냉방이 성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취재진이 방문한 명동 일대 상점가의 36개 매장 중 21곳이 개문냉방 상태로 영업하고 있었다. 유니클로, ABC마트, 무신사 등 명동의 대형 매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어둔 채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 길거리에서도 실내에서 나오는 에어컨 냉기가 느껴졌다. 이외에도 환전소, 대형 카페 정도를 제외하곤 모든 업종이 문을 열어두고 에어컨을 가동 중이었다.
상인들은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명동에선 개문냉방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 소재 한 유명 화장품 로드샵 매니저 A 씨는 "오후에는 너무 더워서 우리는 정오까지만 문을 열어 둔다"면서도 "우리 가게보다 영세한 매장들은 명동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A 씨는 "특히 외국인들이 올리브영 같은 대형 드럭스토어 말곤 잘 모르니까, 문을 열고 홍보도 하고 손님이 들어오게끔 영업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B 씨도 "명동 일대는 다 문을 열어두고 장사한다"며 "손님들이 더워서 지나가다 들어오시게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둔 채 영업하다가 실내 온도가 높아지면 잠시만 문을 닫는다고 했다.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 장민쿤(26·남)은 "내부가 더워지니까 1시간에 한 번씩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연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40도 안팎을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두는 서울 상점가들 때문에 "시원하긴 하다"면서도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명동에서 관광하던 폴란드 국적의 마첵피오트로이스키(23·남)는 "한국 상점들은 문을 다 열어둬서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있어 엄청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광객 입장에선 편하게 여행하기 좋지만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낭비"라고 꼬집었다.
개문냉방이 금지된 미국 뉴욕시에서 온 레아(27·여)도 "뉴욕도 에어컨을 엄청나게 틀기는 하지만 문을 열어두진 않는다"며 "한국 냉방이 시원해서 좋긴 하다"고 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시민들과 함께 서울 주요 상권 및 수도권 대형 프리미엄아울렛의 개문냉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170개 매장 가운데 669곳(57.2%)이 개문냉방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동은 조사 대상 210곳 가운데 143곳(68.41)이 개문냉방 영업을 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대입구는 251곳 가운데 116곳(46.2%), 강남은 45곳 중 10곳(22.2%)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문냉방 시 필요한 전력량은 문을 닫았을 때의 약 1.7배로 증가해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로 꼽히지만, 현재로선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개문냉방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사용 제한을 공고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개문냉방을 단속하고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개문냉방을 제한하는 정부 공고는 2016년을 마지막으로 나오지 않았다. 정부 공고가 없으니 지방자치단체에선 단속 근거가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개문냉방을 하지 않도록 상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등 유인책이 단속보다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는 전기요금을 원가에 맞게 현실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개문냉방을 하지 않을 유인을 갖게 된다. 단속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개문냉방을 정부가 나서서 막을 순 없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라며 "에너지를 낭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비싸다는 인식을 통해 개문냉방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와 미국 뉴욕 등에선 개문 냉방을 항상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개문냉방 시 최대 750유로(약 123만 원)를, 뉴욕에선 최대 500달러(약 71만 원)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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