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안 쓰던 돈" 택시 타고 배달시키고…'폭염비용' 확 늘었다
"10만원 들여 폭염템 장만", "단거리 손님 증가"…더위 피하려 추가 지출
삼계탕·빙수 주문 늘고 밀키트 인기…"건강·안전 위한 필수 지출"
- 소봄이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아깝긴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평소엔 따릉이 탔는데 요즘은 자연스럽게 택시 앱으로 손이 가요."
서울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구태형 씨(26)는 올해 등풍기(등에 붙이는 웨어러블 선풍기), 쿨링타월, 양산 등 폭염 대비 용품을 장만하는 데 10만 원가량을 썼다. 버스를 기다리다 더위를 못 참으면 편의점이나 카페에 들어가 한숨 돌리는 비용도 늘었다.
평소 안국역에서 삼청동까지 따릉이를 이용하며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멀리했던 직장인 윤 모 씨(36)도 폭염 이후 택시 이용이 잦아졌다. 최근에는 자외선 차단 후드집업까지 새로 구매했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비뿐 아니라 택시비와 배달비, 폭염 대비 용품 구매 등 이른바 '폭염 비용'이 새로운 가계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회사까지 9000원인데 폭염 끝날 때까지 택시 타고 다녀도 될까", "도저히 못 나갈 것 같아서 집 앞 5분 거리 카페에 배달시켰다" 등 폭염으로 평소 하지 않던 소비를 하게 됐다는 글이 잇따랐다.
신촌역에서 만난 택시 기사 양 모 씨(60)는 "7월부터 더워지면서 1~2㎞ 단거리 손님이 확실히 늘었다. 버스보다 돈이 더 들더라도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루 20건 정도 운행하면 예전에는 단거리 손님이 1~2건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5~6건에 달한다"고 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 검색어에서도 폭염 관련 소비가 두드러졌다. 최근 일주일간 디지털·가전 분야에서는 선풍기와 산업용 에어컨, 제습기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스포츠·레저 분야에서는 선풍기 조끼와 넥쿨러가, 패션잡화 분야에서는 양산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서울 일부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음식 배달 주문 건수는 전월 같은 기간보다 약 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전월 동일 요일보다 주문 건수가 약 30% 늘었다.
품목별로는 지난달 16~30일 삼계탕 주문이 전년 동기보다 65.1% 증가했고, 빙수(33.8%), 콩국수(24.4%)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완조리 제품(국·탕·찌개 등)은 45.4%, 밀키트는 25.8% 늘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폭염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서 음식을 배달받아 드시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여름 보양식이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차가운 음식 주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 재료를 손질하는 대신 완조리 제품이나 밀키트를 이용해 주방의 가열 도구 사용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수요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선택적으로 하던 택시 이용이나 배달 주문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실상 필수적인 지출이 되고 있다"며 "폭염을 피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는 측면은 있지만, 건강을 해치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필요한 비용을 지출해 폭염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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