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강서 5시간 8000보…찜통 열대야 야간 미화원들 사투
수건·모자·팔토시 필수…이용객 몰려 땀 식힐 틈 없어
밤에도 32도…화장실 청소·쓰레기 분리 온몸이 땀 범벅
- 신은빈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 8124보. 6일 오후 5시 30분쯤부터 10시까지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수영장에서 미화원을 동행 취재하며 스마트폰 만보기 앱에 쌓인 걸음 수다. 입추를 하루 앞둔 날이었지만 후텁지근한 밤공기가 턱 밑까지 차올랐다.
지난달 17일부터 이곳에서 야간 미화원으로 근무 중인 정영자 씨(71·여)는 페트병이 가득한 비닐봉지를 묶으며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정 씨의 회색 티셔츠는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구슬땀에 흠뻑 젖었다.
평일 저녁에도 시민들로 가득 찬 한강 수영장 구석에서는 야간 미화원 2명이 열대야와 부단히 싸우고 있었다.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AWS)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서울의 기온은 32.1도를 기록했다.
정 씨의 근무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주간 근무자와 교대 후 수영장을 닫는 오후 10시까지 쓰레기 분리배출을 관리하고 화장실을 청소한다. 찜통 같은 무더위에 머릿수건과 모자, 팔토시는 필수품이 됐다.
정 씨는 "바깥을 계속 돌아다니니 밤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며 "의무실에서 쉬어도 되긴 하지만 청소하다 보면 쉴 시간이 거의 없다. 저녁에 사람이 몰려 화장실이 빨리 더러워지니 틈날 때마다 청소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총 4개의 컨테이너에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3개씩 마련됐다. 정 씨는 1시간마다 화장실 6곳을 돌며 쓰레기통을 비우고 빗자루와 호스로 바닥을 청소한다. 평일 야간 근무에만 화장지 40여 개가 새로 투입된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에도 수영장 위로는 뙤약볕이 드리워 그늘 한 점 없었다. 정 씨와 같이 야간 근무를 서는 미화원 김 모 씨(50·남)는 "이용객들이 일반 쓰레기통에 음식물을 같이 넣으니 일일이 꺼내는 게 일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일을 두 번 하게 되니 더욱 고된 것 같다"며 쓰레기통 앞을 서성였다.
쓰레기장엔 음식물 쓰레기통을 포함해 총 7개의 분리배출 통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옆에 파라솔이 있었지만 김 씨는 쓰레기를 어디 버릴지 묻는 이용객을 수시로 상대하느라 그늘에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는 챙이 좁은 모자를 쓰고 손등으로 연신 땀을 훔쳤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수영장에서는 이용객들의 수상 안전을 관리하는 현장 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로 이곳에서 일하는 대학생 김금령 씨(24·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생각보다 일이 더 힘들다"면서도 "요즘 같은 최악의 폭염에도 사고 없이 하루를 끝내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며 웃어 보였다.
김 씨 역시 야간 근무자로 오후 6시에 출근한다. 야간 동안에만 휴무 인원 2명을 제외한 11명의 현장 요원이 매표와 순찰, 라이프가드 등 업무를 1시간씩 바꿔가며 수행한다.
또 다른 현장 요원 정준호 씨(26·남)는 수영장 안에서 셀카를 찍던 여성 2명을 향해 호루라기를 세게 불었다. 정 씨는 "풀장 안은 휴대전화 반입 금지고, 여기서 카메라 쓰면 안 된다"며 주의를 줬다. 최근 한강 수영장에서 무단 촬영과 성추행 등 불법행위가 잇따르자 현장 요원들은 관리 조치를 강화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도 푹푹 찌는 더위에 정 씨는 에어컨이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라이프가드 업무를 할 때는 최대한 현장을 주시해야 하지만 이외 순찰 시간에는 짬을 내서 더위를 식힌다고 했다.
오후 8시 15분부터는 뚝섬 수영장의 화장실 청소가 다시 시작됐다. 정 씨는 두루마리 휴지 묶음과 대걸레, 여분의 목장갑, 락스 등이 담긴 카트를 끌고 분주히 움직였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화장실 바닥은 물기와 진흙, 머리카락 등으로 뒤덮였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8개의 칸을 빠르게 돌며 쓰레기통을 비워냈다. 15분 동안에만 이용객 20여 명이 들락거린 탓에 정 씨는 한 번 청소한 칸에 다시 들어가곤 했다.
정 씨는 동행한 기자에게 "그래도 화장실이 에어컨이 있어서 바깥보다 시원하다"며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6곳을 모두 도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화장실 청소를 한 번 마치면 100L(리터)짜리 쓰레기 봉지가 가득 찬다.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청소를 끝낸 정 씨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오후 9시 47분 수영장 조명이 꺼지자 정 씨는 화장실을, 김 씨는 쓰레기장을 돌며 마무리 정리를 서둘렀다. 퇴근 전까지 화장실 에어컨을 모두 끄고 분리배출 된 쓰레기 비닐봉지를 묶어 쓰레기장에 모아둬야 한다.
폐장을 알리는 마지막 안내방송이 나오자 정 씨는 "오늘 무척 더웠는데 고생하셨다"며 수영장 입구에 세워 둔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25분가량 달려 이곳으로 출근한다. 오늘의 몫을 끝낸 정 씨가 울린 자전거 벨이 밤공기를 산뜻하게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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