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논란 압수물 분석 착수…'고의성' 확인부터 혐의 입증 난관

한차례 영장 반려…모욕 혐의로 첫 강제수사
탱크 데이 등 문구 구체적 사실 적시인지도 쟁점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불이 꺼져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경찰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명예훼손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가 포함된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 반려당한 뒤 모욕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로 당시 프로모션 기획·검토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모욕 대상을 특정하고 명예훼손·5·18 특별법상 사실 적시 여부까지 밝혀야 해 수사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스타벅스 내부 자료 확보…혐의 성립 위해선 '고의성' 입증해야

경찰 수사의 핵심은 문구 사용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있다. 관계자들이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각각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알고도 사용했는지가 관건이다.

또 당초 고발된 모욕과 명예훼손, 5·18 특별법 위반 혐의는 모두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날(5일)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프로모션 담당 임직원들의 휴대전화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체 감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내부 자료 등도 확보했다.

앞서 신세계그룹 자체 감사에서는 직원 3명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고 일부 메신저 기록도 사라져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문제의 문구가 만들어진 배경과 관계자들의 인식, 승인 과정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내부 메신저나 휴대전화에 남은 대화 기록에서 두 사건을 직접 언급하거나 논란 가능성을 공유한 정황이 확인되면 고의와 관계자별 관여 정도를 뒷받침할 수 있다. 상급자가 문구의 의미를 알고도 승인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다만 고의성 입증에 더해 모욕의 대상도 특정해야 한다. 모욕죄는 특정인을 상대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표현을 공연히 한 경우 성립한다.

따라서 '책상에 탁'이 박종철 열사나 유족을, '탱크데이'가 개별 5·18 유공자나 유족을 겨냥한 표현인지도 입증해야 한다.

5·18 유공자처럼 일정한 집단을 향한 표현이라도 개별 구성원이 특정되지 않으면 모욕죄 성립이 쉽지 않다.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등 신세계그룹 임원들이 지난 5월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내부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탱크 데이'·'책상에 탁' 문구…명예훼손 구체적 사실 적시 여부 쟁점

경찰은 모욕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압수물 분석을 통해 명예훼손과 5·18 특별법 위반 혐의 성립 여부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혐의는 이미 영장 단계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경찰은 지난 6월 모욕뿐 아니라 명예훼손과 5·18 특별법 위반 혐의까지 담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됐다.

프로모션 문구를 두 혐의의 구성요건인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경의 법리 판단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해야 성립한다. 5·18 특별법 위반 혐의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허위사실을 표현하고 유포해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 객관적으로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어떤 사실을 표현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해당 문구에 조롱이나 밈(meme)의 성격이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5·18과 관련해서도 역사를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해야 혐의가 성립하는데,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압수물 분석으로 관계자들의 고의를 확인하더라도 모욕의 대상을 특정하고 명예훼손과 5·18 특별법 위반에 필요한 사실 적시까지 입증하는 데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사실은 직설적 표현뿐 아니라 간접적·암시적 방식으로도 적시될 수 있다"며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사실 적시 여부 등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