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대행, 사건 암장 우려에 "수사 기록 모두 전자 정보로 저장"
유재성 "고소인 이의신청 강화…주요 기록 누락 시 형사 처벌 가능"
정부 업무보고서 치안 정책 발표…檢, 보완수사권 요구 이행 점검
- 이세현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김근욱 기자 = 경찰이 오는 10월 이른바 '검찰개혁법'(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보완 수사권 요구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자체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건 암장 우려에 대해서는 수사 사건을 다 전자로 저장하게 되어 있고, 고소인의 이의신청권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예전에는 봐주고 싶어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서 함부로 하기 어려운데, 이제는 피해자 입만 적당히 막으면 사건을 암장하게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하자 "사건은 다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입력해 처리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유 대행은 "이번 형소법 개정으로 수사 기록은 다 전자 정보로 저장하게 됐다"며 "송치 사건은 당연히 검찰에 넘어가고 불송치 사건도 검찰에 90일간 서류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소인이 이의 신청을 하면 불송치 사건도 법적으로 의무 송치하게 돼있다"며 "종전에는 고소인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까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검사가 볼 수 있는 상태로 노출되느냐"고 하자 유 대행은 "그렇다"고 답했다.
주요 기록을 편철하지 않고 누락할 경우 제재 방안에 대해 유 대행은 "중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적용 혐의는 허위 공문서 작성이나 직무 유기, 증거인멸 등이 언급됐다.
경찰의 순환 인사 확대 방침에 대해 이 대통령이 "향찰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인사 지역 범위를 광역으로 바꾸자는 것에 대해 경찰직협에서 반대가 심한가"라고 묻자, 유 대행은 "하위 직급은 워낙 숫자가 많고, 순환 인사를 하려면 관사나 교통비가 보조가 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고민해야 할 것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출범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고, 현장 의견까지 들어가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치안 정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먼저 올해 상반기 민생범죄 근절과 국민 안전 확보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 범죄 검거는 23% 늘었고, 관계성 범죄 고위험 가해자 유치 결정은 62%, 스토킹 가해자 전자장치 부착 결정은 661% 증가했다.
경찰은 올해 하반기 △범죄와 반칙 엄단 △국민 생명 중심 경찰 활동 집중 △경찰 수사 쇄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국민 생명 중심 분야에서 스토킹 범죄에 대해 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보호, 가해자 격리,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법무부와 협력해 고위험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공유하는 등 추가 강력범죄를 차단할 계획이다.
이는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을 초래한 장윤기 사건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접근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 등으로 기소된 장 씨는 아르바이트 동료에게도 성폭행과 스토킹을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올 하반기 '수사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경찰 수사 비위에 대한 상시 예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하반기 중 '상피제'를 도입한다. 사건 관계인이 담당 경찰관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인 경우 즉시 지휘부에 보고하고, 필요하면 다른 경찰서나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청에는 '내부 비리수사대'를 신설해 수사 비위와 부패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과 수사를 전담하도록 한다. 수사 감찰 기능은 외부 개방직인 경찰청 인권 감사관이 총괄하도록 개편하고, 내부 비리 신고 포상제와 변호사를 통한 익명 대리신고도 활성화한다.
연내 경찰법 개정을 통해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 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민간 조사관이 경찰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와 부실·불공정 수사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도록 해 내부 감찰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수사심의위원회도 경찰법에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시민과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경찰수심위는 경찰 수사 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데, 경찰법에 명시적으로 근거를 두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수사 환경 변화에 맞춰 보완 수사 요구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내부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현장 수사 부서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AI 기반 수사지원체계와 수사경과제, 수사관 자격관리제도 등을 통해 수사 전문성도 높이기로 했다.
경찰은 신종 사기와 다중피해 사기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마약 위장 수사 도입과 해외 법집행기관 공조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동산 범죄와 보조금 부정수급, 기술 유출, 부패·토착 비리도 특별단속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경찰 수사가 신뢰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쇄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 대행은 전날(4일)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粉骨碎身)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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