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건 시작·끝 책임지는 '수사 주체' 시대…부실수사·암장 등 과제 산적

7대 범죄만 전건 송치…신뢰 확보·수사 품질 제고 시급
새 제도 혼선부실 수사 우려도…경찰 내부도 '신중' 모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6.7.30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권준언 기자 김우진 수습기자 =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사 현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앞으로 경찰은 일원화된 '수사 주체'로서 책임 수사에 나서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토대로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경찰의 염원으로 불렸던 '수사·기소 분리'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 수사 과정을 검증·견제하고, 경찰 수사 품질을 높일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완 수사권 폐지 형소법 통과…내부는 '신중'

국회는 31일 본회의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표결로 종료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 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인정한다. 검사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재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대상 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학대 등 이른바 '7대 범죄'와 특별사법경찰이 처리한 사건만 전건 송치 대상으로 남긴다. 나머지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책임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실상 대부분 형사사건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 내부는 신중한 분위기다.

한 경정급 경찰은 "개정안 통과가 특별하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며 "급하게 생각할 부분도 아니고, 부작용이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청소년 범죄를 수사하는 한 경찰은 "현재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며 "실무적으로 구체화 돼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사 비위 잇따르는데…7대 범죄 전건 송치만으로는 부족"

전문가들은 최근 경찰의 수사 관련 비위가 잇따라 터지는 상황에서 7대 사건 전건 송치만으로는 견제 역할을 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최근 광주 고교생 살인사건의 범인 장윤기 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인 부친이 직접 증거를 인멸하고 동료 경찰들이 이를 도와준 정황이 드러나며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또 현직 경찰이 마약상에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강남경찰서 관내 파출소 팀장이 불법 마사지 업소 관계자에게 신고자 정보를 알려줬다가 대기발령 처분을 받는 등 수사 비위가 이어지면서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가 도마 위에 올렸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7대 범죄 전건 송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일부분만 수사해서 일부분을 안 드러나게 할 수도 있다"며 "장윤기 사건과 같은 경우도 경찰이 적용해 보낸 혐의는 살인이었으니 7대 범죄 전건 송치 제도는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사실상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게 돼 권한이 크게 강화된다"며 "잘못된 판단을 걸러낼 수 있는 다단계 검증 기능이 약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윤기 사건도 성범죄라 암장된 것이 아니고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권력관계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며 "권력형 범죄나 유착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한 통제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수사 비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경찰은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를 꾸리고 외부 위원들로부터 수사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7일 위촉식 및 첫 회의를 진행한 개혁위는 다음 회의에서 장윤기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호 대표진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주
"보완 수사권 폐지 불가피하다면…경찰 전문성 제고 방안 마련해야"

검찰개혁 취지에 비춰 보완 수사권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새 제도를 제대로 안착시키고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견제할 후속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청에 보완 수사권을 주면 사실상 수사권을 계속 가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위해서는 보완 수사 요구권만 인정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 경찰도 수사권을 남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보완 수사 요구권과 재수사 요구권, 시정 조치 요구권을 운영해 보고, 제대로 경찰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들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검찰청 수사 인력을 중수청으로 원활하게 가게 하는 것"이라며 "보완 수사권을 두고 싸울 때가 아니라, 새 제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인적·조직적 개편 계획 등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이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있게 해주고, 검사를 수사에서 뺐어야 한다. 경찰 수사 품질 향상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수사 경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 전문성을 갖춘 수사 인력을 별도로 선발하고, 수사 통제는 서장이 아니라고 국가수사본부에서 행사하는 등 수사에 관한 지시나 법률 검토는 전문 조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경찰 내부에서 승진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는 평생 수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생겨야 한다"며 "수사 커리어를 인정해 주는 인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