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이 오히려 순한 맛"…서이초 3주기 앞두고 광장 모인 교사들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신고가 교사 압박 수단으로 쓰여"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7.17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참교육' 드라마가 오히려 순한 맛이었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퇴직이 9년 남았는데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져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부산 지역 24년 차 초등교사)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전국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서울 도심에 모여 정당한 생활지도 보장을 촉구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원 단체가 참여한 '전국교사일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행 아동복지법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관련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000여 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이 마련됐지만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조항을 이용한 무분별한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고 한 번에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수사 대상이 되면서 교사들이 교육 활동을 스스로 검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라는 악의적인 고소·고발 한 번이면 범죄자로 몰리는 구조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책도 빈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고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권리를 보장받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이 고인을 위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6.7.17 ⓒ 뉴스1 김민지 기자

교육 현장에서 겪은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연단에 오른 전남 지역의 한 초등교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5화를 언급했다. 해당 회차에는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압박에 시달린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내몰리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현실의 제도가 구해주지 못했던 교사를 드라마 속 인물들이 구해냈다"며 "대한민국은 왜 현실의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선생님이 공감한 것은 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학교가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어려워진 현실"이라며 "꼭 필요한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경북 지역의 4년 차 초등교사는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을 매뉴얼에 따라 조사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두려움을 겪었다.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떳떳하면 신고당해도 무혐의가 나오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교사와 신고를 빌미로 협박받는 교사의 권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아동복지법 개정은 교사들만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학교 현장을 정상화할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정당한 교육활동과 교육권 보장 △악의적 고소·고발 처벌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규제 △교육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