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착 막고 민간 감찰 강화…순환인사제 도입에 경찰 내부 '술렁'

'장윤기 파장' 고강도 대책 발표…전문가 "외부 통제 필요"
"'순환근무' 집단행동 나올 수도" "집은 누가" 내부 반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장윤기 증거인멸 사건으로 촉발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에 결국 정부가 고강도 경찰 개혁안을 내놨다.

순환인사 확대와 외부 감시 강화 등 도입으로 수사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개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전날 '경찰 수사 내부 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경찰 인사와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우선 장윤기 사건에서 제기된 지역 연고지에서의 유착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순환인사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사건관계인이 수사관서 근무 경찰관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인 경우 즉시 관서장, 시도경찰청 지휘부 보고를 의무화하는 '상피제'도 도입한다. 이 경우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지휘하거나 다른 관서로 이송 조치하도록 했다.

수사에 대한 외부 감시 장치도 한층 강화된다.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으로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는 것 외에도 국가경찰위원회에 경찰 수사를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하는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 기구'를 설치한다. 수사 인권·감찰 조사 기구는 민간인 중심으로 100여 명 규모로 꾸릴 계획이다.

또 감사원의 기존 행정감사와 별도로 수사 절차와 수사 정보 유출, 사적 조회 등 수사 비위에 대해서는 감사원과 경찰청이 협력 감사를 추진한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도 사건을 송치한 수사팀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수사팀이나 수사 관서를 변경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도입된다.

전례 없는 개혁에 '깜짝'…학계 "내부 통제 안 된다면 외부 통제 받아야"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대책이 전례 없는 수준의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정급 경찰관은 "경찰이 외부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국가경찰위원회나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이 정도 수준으로 경찰 수사에 관여하는 방안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외부에 더 투명하게 공개되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학계는 경찰이 그동안 내부 통제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만큼 외부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비리와 부패, 유착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경찰은 방지책을 내부 통제에만 의존해 왔다"며 "스스로 수사 신뢰도를 높이지 못했다면 이제는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 의한 외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선수도 하고 심판도 하는 구조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환근무제 확대엔 '부글'…"집 팔아 이사 가야 하나" 불만

다만 일선에서는 순환인사 확대가 큰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경정급은 2~3년, 경감급은 5년 안팎 주기로 시도 내에서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 세부 기준은 시도경찰청마다 다르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처럼 전국 단위 순환인사가 도입될 경우 경찰 조직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현직 경찰관은 "순환인사는 내부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며 "주거 대책도 없이 한동훈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무작정 옮겨 근무하게 하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2년마다 생활 터전을 옮기라고 하면 경찰 역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도 순환인사를 줄여달라고 집회를 하는 경찰들이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면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제도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환인사 때문에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면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경급 경찰은 "인맥, 향찰 등 비판이 있지만 그래도 지역에 근무하며 정보력을 키우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도 무작정 순환 근무를 돌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너무 사과를 남발하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도 "일선 경찰 입장에서는 근무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터전과 자녀 교육 등 실생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명분과 별개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직협은 "단 하나의 사건을 이유로 13만 경찰 전체를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규정하고 경찰 조직 전반을 통제와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의로운 개혁이 아니라 감정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국 단위 순환인사 확대에 대해서는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며 "부패는 인사제도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지역 치안 전문성을 약화하고 경찰관과 가족들의 삶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한 개혁에는 적극 협력하겠지만 경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정책에는 전국 경찰관들과 함께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