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들었다 놓고 소스값에 화들짝…'고환율' 수입상가 한숨 늘었다
2분기 평균환율 달러당 1500원 넘겨…수입상가까지 영향
'저렴한 가격' 보고 오는 단골에…가격 되레 내리기도
- 유채연 기자, 김우진 수습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김우진 수습기자
"아유 이거 왜 이렇게 올라서…진짜 계속 오르네. 들깨소스 가격이 8000원, 9000원 하다가 반년 만에 이젠 1만 2000원이야."
2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수입상가에서 슬리퍼, 들깨소스와 옷을 고르던 주부 장정숙 씨(71·여)는 "환율 때문에 물건 가격이 오르긴 했다. 이것(들깨소스)도 작년에 비해 몇천 원이 올랐다"고 푸념하면서도 "그래도 사장님들이 좀 봐주시고 배려해서 싸게 해주시려는 것 같다. 오른 만큼 비싸게 팔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날 찾은 수입상가 일대는 오전 내도록 한적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한 주방용품 가게에는 한때 15명가량 손님이 몰리는 등 활기를 띠었으나 손님들은 냄비를 들었다 놨다 신중히 물건을 살폈다. '손수건 두 장 만원'을 외치는 상인에게는 '아유 비싸다. 많이 올랐네'라며 손사래를 쳤다.
올해 2분기 달러·원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 넘어서면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하는 수입상가 일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00원 전후 등락을 반복하던 환율은 지난달 19일부터 1500원 선을 유지 중으로,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주간거래 종가보다 4.5원 오른 1536.5원에 출발했다.
수입상가 내에서 쥬얼리 가게를 운영하는 이지영 씨(63·여)는 태국에서 수입하는 목걸이 줄이 환율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옛날 생각에 가격이 올랐다는 걸 알면서도 가격을 부르면 그냥 간다"며 "오는 사람도 적어졌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탄했다.
이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님도 "수입하는 물건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중국, 이태리 모두 10% 정도씩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패션 잡화를 수입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환율이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10% 이상 올렸다 보니 기본적으로 영향이 있다"며 "장사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소비자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는 환율을 그대로 다 적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자녀 옷을 구매하기 위해 상가를 방문한 30대 여성 김 모 씨는 "작년보다는 (수입 매장 물건들 가격이) 확실히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수입품 아닌 것도 중국에서 들여오니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매입가가 올랐어도 저렴한 가격을 보고 찾아오는 단골이 주 고객층인 수입상가 특성상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양주, 일본 잡화 등을 판매하는 권 모 씨(70대·남)는 "경기는 안 좋은데 환율 때문에 물건값이 자꾸 올랐다"며 "일본 것들도 가격이 올랐고 술은 경기가 안 좋아 안 나간다. 5만원에 산 술을 5000원 남기는 데,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재래시장은 둘러보면 알겠지만 빈 가게도 엄청 많다"며 "요즘 분위기가 완전히 안 좋다"고 토로했다. 이날 둘러본 수입상가 일대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절반가량이 공실인 채였다.
수입상가 내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수입 제품, 신제품이 작년 대비 30~50%는 올랐다"며 "매입가는 올랐지만 파는 건 그렇게 많이 안 올린다. 싸게 팔아야 손님들이 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여긴 옛날에 도매하던 사람들이라 싸게 팔아야 도매 상가라는 명목 때문에 손님들이 메리트를 느낀다"며 "6월엔 축구 때문인지 고객들이 더 안 나온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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