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집회 서울 곳곳 확산…빗속 태극기·공연 굿즈 뒤섞인 잠실(종합)

오전 8000명대→오후 9시 5만명대 급증…2030 참가자도 늘어
공연장 인근 드론 소동…"집회·공연 인파 안전 우려" 비행 중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20 ⓒ 뉴스1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재선거 요구 집회가 20일 잠실 개표소뿐 아니라 서울 광화문, 홍대 등 곳곳에서 이어졌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잠실 올림픽공원에서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16일째 이어졌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올림픽공원 일대 인구는 이날 오전 9시 8000~8500명 수준에서 오후 2시 2만2000~2만4000명으로 늘었고, 오후 9시에는 5만~5만2000명까지 증가했다.

일본 밴드 킹누(King Gnu) 공연이 이날 오후 8시쯤 끝난 뒤 귀가하는 팬들이 몰리면서 한때 최대 5만6000명 수준까지 치솟았다.

오후 6시 킹누 공연이 시작되자 KSPO DOME 앞 대기 줄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이 열리는 88잔디마당 인근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집회 구역에도 참가자들이 계속 모여들며 인파 밀도가 높아졌다.

오후 4시쯤에는 공연장과 인접한 2-3게이트 인근에서 드론 비행을 둘러싼 소동도 벌어졌다. 드론 소유자는 관련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올림픽공원 측은 수만 명의 집회 참가자와 공연 관람객이 몰린 상황에서 안전상 우려가 있다며 관계 기관에 비행 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이후 허가 취소 사실이 전달되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북과 꽹과리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어 첼로·플루트·바이올린 등 연주자들이 아리랑을 연주하자 참가자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이 집회를 열었고, 홍대입구역 일대에서는 보수 성향 청년단체 'BOSS 홍대'가 재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 'BOSS 홍대' 등이 참정권 침해 집회 뒤 가두행진을 하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6.20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잠실 개표소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집회 참가자 연령대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오전에는 장년층과 노년층 비중이 높았지만 오후 들어서는 20~30대로 보이는 청년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올림픽공원에서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우비와 우산을 갖춰 쓰고 핸드볼경기장 앞을 지켰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외친 뒤 애국가 제창하는 것을 반복했다.

비로 인해 바닥에 앉기 어려워지자 간이 의자를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차량 트렁크를 열어 돗자리를 깔고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도 있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현장을 찾은 참가자도 일부 눈에 띄었다.

반면 같은 시간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인근에는 서울파크 뮤직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시민 수백명이 줄을 섰다. 공연 관계자와 안전 요원들이 확성기로 "네 줄로 서달라"고 안내해 입장하는 줄은 비교적 질서 있게 유지됐다.

낮 12시부터는 티켓 교환과 MD(공연 굿즈) 현장 수령·판매가 진행됐다. 굿즈 중 하나인 타월을 어깨에 두른 팬들은 공연장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등 들뜬 모습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재선거를 촉구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연 음악과 관객들의 기대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와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목 주변에는 집회 부스와 함께 '부정선거 재선거' 등 문구가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 사이로 공연 굿즈를 손에 든 팬들과 태극기·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뒤섞여 지나갔다.

서울파크 뮤직페스티벌을 찾은 정 모 씨(23·여)는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목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신기하다"면서도 "시위 참가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존중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은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온 김 모 씨(30·남)는 "핸드볼경기장이 봉쇄되면서 페스티벌 장소가 변경돼 아쉽긴 하다"며 "그래도 생각보다 시위 구역과 페스티벌 구역이 분리돼 있어서 공연을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