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태그, 구글 타임라인…'스마트' 악용한 위치추적 범죄 기승
전 연인 위치추적, 배우자 의심 타임라인 몰래 촬영까지
스토킹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경찰, 수사 지침 마련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물건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출시된 '스마트 태그', 개인의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구글 타임라인' 등은 일상 속 생활 편의를 돕는 대표적인 위치정보 기술 서비스다.
그러나 헤어진 연인의 차량에 몰래 스마트 태그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훔쳐보거나,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며 구글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는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서비스를 범죄의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동의 없이 타인의 위치를 추적하는 범죄는 단순 사생활 침해에 그치지 않고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등 다른 범죄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도 이 점에 주목해 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한 범죄에 대한 대응 방법을 배포하는 등 매뉴얼 강화에 나서고 있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피해자의 차 범퍼 근처에 스마트 태그를 몰래 부착한 뒤 약 한 달 동안 위치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약 4주간 거의 매일 위치정보를 조회했고, 피해자의 집 근처에서 장치의 위치를 확인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분실한 스마트 태그를 찾기 위해 위치를 조회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배우자를 상대로 한 위치추적도 반복되고 있다. 배우자 차량에 스마트 태그를 설치한 뒤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모욕한 B 씨는 벌금 100만 원,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차에 스마트 태그를 설치해 위치를 추적하고 접근금지 임시 조치까지 위반한 C 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위치추적 범행에 스마트 태그만 악용되는 것은 아니다. 위치정보를 직접 장치로 수집하지 않더라도 상대방 동의 없이 위치 기록을 확인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
D 씨는 배우자와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에 구글 계정에 자동 로그인된 것을 이용해 구글 타임라인에 저장된 위치기록을 확인하고 이를 촬영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D 씨에 대해 위치정보법 위반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전용 위치추적기를 이용한 범행은 꾸준히 적발되는 유형이다. 인터넷에 위치추적기를 검색하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다양한 제품이 노출된다. 일부 제품은 수천원에서 수만 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어 접근 장벽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치추적 범죄가 단순히 위치 수집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판결문을 보면 위치추적 범죄는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인천지법은 지난 4월 전 연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약 9개월 동안 위치정보를 수집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진을 몰래 찍고 이를 유포하고 협박하는 등 성폭력 범죄와 스토킹 범죄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해 협박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한편, 장기간 위치정보를 수집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방에 녹음기까지 설치한 피고인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각 범행은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 통신비밀의 보호를 침해하는 범죄"라며 "전자기술 발달에 따른 사생활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치추적 범죄가 스토킹 범죄와 결합하는 사례가 늘자, 경찰도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일선에 위치추적 장치 이용 스토킹 사건 수사 지침을 배포했다.
지침에는 신고 유형별 조치 사항과 위치추적 장치 탐지·수거 방법, 피의자 특정 기법, 차량 보관 방법 및 피의자 접근 차단 방안 등이 담겼다.
경찰청은 경찰관 개인이 육안으로 장치를 발견하기는 어렵다며, 차량 전체를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투입할 것을 독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양주 살인 사건 때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지침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발생한 해당 사건의 범인 김훈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위치추적 범행을 먼저 저질렀다.
아울러 경찰은 법무부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스토킹 가해자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과 법무부는 올해 12월까지 연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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