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도 안 갚아도 된다고?"…상품권 추심, 계약 무효까지 가능
[변종 사채의 덫] ③전국 피해 사례 모아 집단 고소 움직임
"가장 중요한 건 증거 확보…녹음파일·송금 기록 꼭 챙겨야"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고소장, 대화내역, 입금받은 내역, 상품권 보낸 내역, 초과이자 계산까지 준비하세요. 불법추심이 있었으면 녹음파일도 꼭 챙기세요."
지난 13일 개설된 한 상품권 사채 피해자 카페에 올라온 '피해자 대응 요령' 게시글 내용이다.
앞서 지난 2월 부산지법은 상품권 예약판매 형식을 가장해 사실상 금전을 빌려준 업자에게 대부업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행위에 대해서도 무고죄를 인정했다.
해당 판결문이 지난달 상품권 판매 카페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자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 카페 운영자인 회사원 A 씨(40대)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저 역시 과거 상품권 사채 업자에게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벌금형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누구는 무혐의가 나오고 누구는 사기죄로 벌금을 받더라. 혼자 대응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 이후 업자들이 한발 물러나는 분위기였는데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에는 추심이 95% 정도 사라진 것 같다"면서도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추심을 이어가는 업자들도 있다"고 했다.
현재 A 씨는 전국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나 상품권 업체·업자 정보 등을 취합해 경찰에 제출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공식적으로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 고소에도 나설 계획이다.
상품권 추심 피해자를 대리했던 이돈호 법무법인 노바 변호사는 "상품권 사채 피해자의 70~80%는 생계가 어려워 급하게 돈을 빌리는 경우"라며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이 구조가 대부업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은 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계약이나 폭행·협박 등 반사회적 방식으로 체결된 불법사금융 계약에 대해 이자 약정뿐 아니라 계약 자체까지 무효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업자는 원금과 이자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이미 받은 돈도 돌려줘야 할 수 있다. 이에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원금도 안 갚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증거 확보"라며 "대화내역과 송금 기록, 상품권 발송 내역, 추심 녹음파일 등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를 선임해 추심업자에게 통지하면 직접 연락을 차단할 수도 있고, 채무확인서 교부 요청을 통해 실제 채무 규모와 초과 이자 여부를 따져볼 수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부당이득 반환 청구 등을 통해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사채 피해 지원 활동을 하는 한국TI인권시민연대 불법사채대응센터도 최근 상품권 사채 피해 상담과 고소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진흥 센터장은 "불법사채 피해자들은 가족·지인 연락처 유포와 추심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실제 경찰 고소가 진행되면 업자들이 변제 요구를 중단하거나 물러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도 '상품권 추심은 끝났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대포계좌·대포폰을 신속히 차단하고 온라인 플랫폼·메신저 단계부터 차단하는 예방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재 불법사금융 원스톱 신고 시스템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온라인 신고와 즉각적인 계좌 동결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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