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간병하다 주식 매도 놓쳤다"…사촌누나 수년 원망 끝 흉기 휘둘러

[사건의 재구성] "날 무시한다" 망상에 빠져 범행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네 엄마 간병하다 주식 날렸으니까 보전해 줘."

요양보호사인 김 모 씨(48)는 외사촌 누나이자 피해자인 A 씨에게 수년째 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는 지난 2020~2021년 국가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으며 A 씨 어머니를 돌봤다.

김 씨는 이모를 간병하느라 주식 매도 시기를 놓쳐 수천만 원 손해를 봤다며 A 씨에게 지속적으로 보상을 요구했다. A 씨를 괴롭히던 그는 2023년에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다.

A 씨를 향한 원망은 망상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A 씨 때문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 "전과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 "A 씨가 나를 무시한다", "이모가 소유한 주택도 사실은 우리 엄마 건데 A 씨가 욕심내고 있다" 등 생각에 사로잡혀 A 씨를 더욱 미워했다.

결국 김 씨는 흉기를 들었다. 술에 취한 그는 미리 구매해 둔 총길이 34㎝짜리 흉기를 들고 지난해 7월 20일 오후 4시쯤 A 씨를 찾아갔다.

그는 A 씨를 발견하자마자 흉기를 꺼낸 뒤 도망가는 A 씨를 쫓아가 복부와 어깨 등을 4차례 찔렀다. A 씨 저항과 주변 사람들의 제지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 지난해 9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범행도구, 공격 부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는 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이종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과와 존속폭행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알코올 의존 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김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 역시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수원고법 형사3부는 양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당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