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공식 사과하라"…눈물 속 세월호참사 12주기 시민 기억식
"오늘도 수학여행 가기 좋은 날씨" 500여명 기억공간 찾아
4·16연대, 비공개 기록 공개·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촉구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은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 기억식에서는 세월호 헌정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울려 퍼졌다. 합창단의 노래가 시작되자 가방과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은 참고 있던 울음을 하나둘 터뜨렸다.
시민들이 든 손팻말에는 '나에게 세월호가 남긴 것은'이란 문구 아래 각자의 답이 적혔다. '의문', '기억의 힘', '상처와 연대'. 각자의 답을 안은 시민들은 기억식이 시작하기 30여분 전부터 기억공간 앞에 줄을 서 헌화하고 조용히 추모했다. 4·16연대 추산 약 500여명이 이날 기억식을 찾았다.
이날 기억식은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기억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4·16연대가 서울 도심에 마련했다.
기억식은 4·16을 기리는 의미로 오후 4시 16분에 묵념과 함께 시작했다.
4·16연대는 정부를 향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할 것과, 대통령 기록물을 포함한 세월호 참사 관련 비공개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누가 왜 진실을 숨겼는지,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지 아직 아무도 완전히 답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류현아 4·16연대 활동가는 "우리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와 '그래도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 사이에 서 있다"며 "지난 10일 박근혜 7시간에 대한 대통령 기록물 공개 목록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남겨졌고, 국가정보원장은 전향적으로 비공개 기록물을 공개한다고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활동가는 "비록 참사 초기 때와 같은 동력으로 저희가 공식 조사 기구를 꾸릴 순 없겠지만,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된다면 상설 조사 기구가 만들어져서 세월호를 비롯한 과거 재난 참사에 대한 조사도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故) 신애진 씨의 부모인 신정섭·김나희 씨도 이날 기억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기억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를 기억하면서 두 번 다시 참사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생명안전기본법을 통해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권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시민들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기억식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해춘 씨(69·남)는 "제가 비록 안산까지는 못 갔지만 1년에 한 번 서울에서 열리는 기억식은 올 수 있지 않냐"며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어린 아이들이 참사에 희생된 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구조되지 못한 게 치가 떨려서, 잊지 않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청년들도 기억식을 찾았다. 지난해 참사를 배경으로 한 공연을 제작한 대학생 이채은 씨(23·여)는 기억식을 찾은 이유에 대해 "오늘 수학여행 가기 좋은 날씨란 생각과 함께 여기에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참사가 인재(人災)인 만큼, 요즘은 정치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예전엔 정치권에서 참사를 이야기하는 게 위선적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유가족들이 정치권을 통해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지, 그럼 그건 무엇일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헌화를 마치고 나온 김성현 씨(26·남)는 "참사 당일 부모님과 '별일 없도록 기도하자'고 한 후에 학교에 다녀왔는데, 결국 희생자들이 구조되지 못했단 소식을 들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라며 "저 또한 안산에 살았었는데, 기억하지 않으면 다 잊힐 것 같아서 기억식에 왔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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