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국제 인권 규범 역행"
"사회안전망 확충부터…무거운 처벌 해답 될 수 없어"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정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시민사회 단체들이 "국제 인권 규범에 역행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년 보호 인프라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형사 미성년자 연령부터 하향하는 것은 입법상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소년 범죄 대응을 위해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단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고, 국가의 청소년 보호 범위를 축소하는 게 헌법상 이념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처벌보단 아동을 어떻게 보호하고 긍정적으로 성장시킬지에 대한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건우 어부바 활동가는 "만 16세 투표권 등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때는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반대하더니, 왜 촉법소년 문제에 대해서만 말이 바뀌는 것이냐"며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싶다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소년원 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지, 아이들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지우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안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신선웅 관악교육복지센터장은 "저마다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지만, 나는 처벌이 청소년을 바꾼 적이 없다는 것만큼은 반복해서 확인했다"며 "처벌은 문제 행동을 잠시 멈추게 하지만 처벌의 과정에서 그들은 더 단단한 범죄 관계망 안으로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최현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팀장은 오랜 기간 가정폭력과 방임 속에서 자란 13살 소년이 촉법소년이 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건 단순한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도 끝내 발견되지 못한 한 아이의 이야기"라고 했다.
최 팀장은 "피해 아동과 가해 아동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예방과 회복 중심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라"며 "아동을 이른 나이부터 벌하는 사회가 아니라 아동을 시민으로 세울 수 있도록 회복적 사법과 아동 친화적인 사법절차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공대위가 전달한 서한에는 "이미 2007년 촉법소년 연령을 12세에서 10세로 하향했지만, 그 정책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고, 연령 하향이 소년의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사회적 합의를 명목으로 하는 법 개정 사안으로 보지 말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이들의 긍정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할 것인지 논의하는 장으로 전환해 주시길 요청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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