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내괴 신고하자 셀프조사 시킨 노동부…"피해자 이중 고통"

직장갑질119 "가해 사용자가 사건 조사"

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저가 브랜드 커피 매장 앞에서 시민이 커피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7.1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경영진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했지만 그 사측 경영진이 외부 노무사를 고용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음료 3잔 횡령' 사건의 가해 점주에게 자체 조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가해자인 사용자가 '셀프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2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가해자가 자신이 지목된 사건을 셀프 조사하는 경우는 소규모 사업장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가리지 않고 상담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직장갑질119 상담 결과, 소규모 사업장에선 사용자가 직접 조사에 참여하거나 조사위원회 구성에 개입함으로써 셀프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좀 더 큰 사업장에선 외부 노무법인이나 법무법인에 조사를 맡기지만, 기존 계약 관계나 친분이 있는 업체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2월 직장갑질119에 상담한 A 씨는 "대표이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조사하게 했다"며 "회사에서 돈을 받고 업무를 하는 업체가 조사를 하면 당연히 사측에 유리하게 나오는 것 아닌냐"고 했다.

지난해 10월 직장갑질119에 상담한 B 씨는 "가해자가 대표이사의 가족인데 담당 감독관은 사내 조사를 명했다"며 "사측은 가해자와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2차 가해에도 가담한 정황이 있는 직원들을 조사위원으로 지정했다"고 했다.

당초 2021년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행위자가 사용자 또는 그 친인척인 경우, 사업장 자체 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 노동부는 행위자가 사용자일 경우에도 자체 조사를 병행하도록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사용자에게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단 점을 근거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잘못된 지침, 그리고 가해자 셀프 조사에 의존하는 근로감독관들의 안일하고 게으른 행태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던 A 씨(20대·여)는 지난해 11월 중순 인터넷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다. 하지만 진정 사건을 접수한 청주지청은 가해자로 지목된 카페 업주 B 씨 측에게 자체 조사를 맡겼다.

이 사건은 A 씨가 지난해 파트타임 근무했던 B 씨 지인의 카페에서 퇴근하며 음료 3잔(1만 2800원 상당)을 가져갔다가 업무상횡령 혐의로 입건돼 송치까지 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