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뇌 해킹했지"…망상 끝에 총기 제작한 20대[사건의재구성]
징역 1년 6개월 선고, 치료감호…"심신미약 상태"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내 뇌를 해킹한 게 틀림없어."
20대 A 씨는 2021년부터 수십 명의 지인들이 자신의 뇌를 해킹해 생각을 통제하고, 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생각한 게 틱톡 영상 등에 나타나면 뇌가 해킹돼 휴대전화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가족들도 이런 A 씨의 증상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혼잣말하는 A 씨를 보고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지만 결국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몇 년 동안 A 씨의 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망상이 시작된 지 4년여 후인 2025년엔 지인들을 살해해야겠단 생각까지 번졌다.
A 씨가 생각해 낸 살해의 방법은 불법 총기였다. A 씨는 2025년 1월 부산 서구 소재의 자신의 집에서 불법으로 총기와 화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총기 제작 방법은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달 후인 2월 19일, A 씨는 결국 총을 완성하고 지인 B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오후 6시 사천시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받은 B 씨는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왜 하필 수많은 지인 중 B 씨를 범행 대상으로 정했을까. A 씨는 평소 B 씨가 자신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와 만나기로 한 2월 20일 당일 A 씨는 묵직한 가방을 챙겼다. 가방에는 혹시나 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까 봐 챙긴 다른 흉기도 여러 개도 들어있었다.
약속 시간이 되고 B 씨가 도착해 자리에 앉자 A 씨는 가방에서 총을 꺼냈다.
A 씨는 B 씨를 협박하겠다는 듯, 자기 무릎 위에 총을 올렸다. 언제든 쏠 수 있단 뜻이었다.
총을 본 B 씨는 화들짝 놀랐다. 우선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B 씨가 약속 장소에 찾아온 자신의 남편을 만나러 나가려고 하자 A 씨는 "밖으로 나가지 마라"고 협박했다. 마치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행히 B 씨는 다치지 않고 현장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A 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는 지난해 10월 2일 살인예비, 특수협박,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에 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망상에 빠져 무고한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총포와 화약류를 제조하고 총과 칼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라며 "범행의 동기와 경위 및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sinjenny9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