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접촉 무서워…치매母 옆 시신 방치한 아들[사건의재구성]

쓰러진 이모 보고도 신고 안해…7일 간 방치
"은둔형이라" 변명…평소에도 학대 일삼아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24년 8월 1일 오전 6시 57분쯤 제주의 한 집에서 76세의 여성 A 씨가 쓰러졌다. A 씨는 평소에도 천식과 폐질환 등 다양한 지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도 쓰러진 A 씨를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A 씨의 외조카인 B 씨(남)였다. B 씨는 이모가 쓰러지는 순간을 그대로 목격했다. 게다가 B 씨는 90세의 어머니 C 씨, 이모 A 씨와 한집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A 씨의 건강이 나쁘단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B 씨는 쓰러진 A 씨를 보고도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유는 터무니없었다. A 씨는 119 신고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게 되는 게 무서웠다고 한다. A 씨는 평소 은둔형 성향이 강했다고 자신의 부작위에 변명을 댔다.

결국 A 씨는 쓰러진 후 어떠한 응급조치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사망했다.

더 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B 씨는 A 씨의 시신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 한여름인 8월이었다. 부패는 빠르게 진행됐고, 구더기가 들끓었다.

그렇다면 B 씨의 어머니인 C 씨는 같은 집에서 살면서 왜 동생인 A 씨의 죽음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C 씨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어 동생의 사망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C 씨는 또 다른 학대의 피해자가 됐다. C 씨는 가로, 세로 2~3m 남짓한 방에서 A 씨의 시신과 함께 7일간 생활해야만 했다. B 씨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부패하는 시신과 함께 방에 방치해뒀다.

결국 A 씨가 사망한지 7일이 경과한 8월 7일에야 시신이 발견됐다. 이것마저 B 씨가 먼저 사망 사실을 신고한 것이 아니었다. 수사기관이 노령의 A·C 씨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 위해 전화하자, 뒤늦게 B 씨가 "어머니와 이모가 위독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의 어머니, 이모에 대한 B 씨의 학대 및 방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B 씨는 어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사건 발생 8개월 전까지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출소 후에도 그는 방문요양센터가 A·C 씨에 대한 목욕서비스를 위해 집을 방문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라며 방문요양 서비스를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그는 A·C 씨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면서도 외부와 연락하거나 외출하지 않았다. 병원 진료에도 동행하지 않고,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A·C 씨에게 자신이 마실 맥주를 사 오게 했다.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는 지난해 5월 14일 유기치사, 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B 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노인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B 씨의 유기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고, 피해자가 제때 응급조치를 받았다고 해도 생존했을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 씨가 한여름에 7일 동안이나 부패 중이던 피해자 A 씨 시신 곁에서 생활하기에 이르는 엽기적인 결과가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피해자의 나이나 지병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119에 연락해 의료진의 응급조치를 받게 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했다면 소생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