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만 했어도 막았을 죽음"…모텔 연쇄살인 유족, 경찰 규탄

"용의자 특정하고도 조사 연기"…초동수사 미비 지적
"유족에 타살 여부도 안 알려"…사과·제도 개선 촉구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6.2.12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족 측이 경찰의 초동 수사 미비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며 경찰을 강하게 규탄했다.

피의자 김 모 씨의 범행으로 숨진 피해자 A 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3일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남 변호사는 "경찰이 1월 9일 상해 진정서를 접수했고, 1월 28일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경찰은 적어도 2월 초쯤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있었지만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즉시 체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12월 20대 남성에게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하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피해 남성을 두 차례 조사한 뒤 김 씨에게 지난 2일 전화로 출석을 요구했고, 김 씨는 일주일 뒤인 지난 9일 조사에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점에는 김 씨의 두 번째 범행으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조사 일정을 사흘 앞두고 김 씨에게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첫 번째 상해 사건과 두 번째 발생한 변사 사건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두 사람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검출됐다'는 구두 회신을 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했다.

경찰은 10일 오전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청구했다. 문제는 이날 오후 세 번째 피해자인 A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살인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고도 행적을 면밀히 추적·감시하는 기본적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것이 적절한 수사였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은 "첫 사망자가 나왔을 때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만 했더라도, 예정대로 피의자 조사만 했더라도 A 씨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 통보 과정도 문제 삼았다. 남 변호사는 "두 번째 사망 사건 직후 유족이 직접 경찰서에 진술하러 출석했음에도 사건이 타살인지 여부조차 안내받지 못했다"며 "유족은 가족이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경찰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경위와 수사 진행 상황을 가장 먼저 통보받아야 할 대상은 피해자 유족"이라며 수사 담당자 문책과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남 변호사는 또 △강력 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시 신속한 체포·구금·감시 등 의무적 조치 매뉴얼 마련 △강력 사건 피해자 유족에 대한 수사 현황 통보 의무화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및 유족의 참여권·진술권 보장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