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코인 적금 들자"…돼지도살 피싱, 100억 턴 캄보디아 조직

일본인 여성인 척 접근 부업 권해…여성 조직원이 피해자와 직접 통화
스님 사칭하며 "사찰 건축 필요하다"…조직원 검거되자 범행 수법 바꿔

사기 조직원이 일본인 여성을 사칭하면서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게시물./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캄보디아 프놈펜을 거점으로 로맨스스캠과 노쇼 사기, 금융감독원·검찰 사칭 범행을 벌이며 100억 원대 피해를 낸 피싱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피싱사기수사3계)는 로맨스스캠·노쇼 및 금융감독원 사칭 사기 조직 2개를 적발해 49명을 검거하고, 이 중 37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한국인 총책을 국내로 송환해 구속했으며,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된 중국인 총책에 대해서는 송환 절차를 협의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105억 원을 가로챈(범죄단체가입·활동.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일본인 여성을 사칭해 접근하는 로맨스스캠, 대학 교직원이나 스님을 사칭한 노쇼 사기, 카드 오배송을 빌미로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 등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코인 연애 적금 들자'며 가짜 사이트로 유도…스님 사칭해 노쇼 사기까지

로맨스스캠·노쇼 사기를 벌인 A 조직은 일본인 여성인 척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개월까지 대화를 이어가며 피해자들과 '온라인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성 조직원이 직접 피해자와 통화하며 속이기도 했다.

호감을 쌓은 뒤에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커미션을 받을 수 있다"며 가짜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 소액 수익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다 피해자들이 고액을 입금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수익금 출금을 거부하는 이른바 '돼지도살' 수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약 7개월간 28명으로부터 23억1868만 원을 가로챘다.

일당은 여성인 척 접근해 "같이 코인 연애 적금을 들자"면서 가짜 가상자산 적금 사이트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1명에게 1억 1487만 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A 조직은 조직원 일부가 검거되자 범행 수법을 바꿔 '노쇼 사기'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대학교 교직원이나 스님 등의 명함과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해 다수 업체에 "대학 실습실에 필요하다", "사찰 건축에 필요하다"면서 대량 구매를 미끼로 접근했다. 실제 근무하는 직원을 사칭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에어컴프레셔, 제습기 등의 물품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대리 구매를 해주면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하겠다"고 말하며 특정 업체로 연결해 송금을 유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 달 동안 16명의 소상공인으로부터 5억 3420만 원을 가로챘다.

금융감독원·검찰을 사칭한 B 조직은 '카드 오배송'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명의도용을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피해자가 카드 발급 사실이 없다고 하면 고객센터를 가장해 특정 번호로 전화를 유도했다. 이어 상담원인 척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원격으로 피해 구제를 도와주겠다"고 속였다.

원격제어 프로그램과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한 뒤에는 "금감원이나 검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악성 앱이 설치된 상태에서 피해자가 기관 번호로 전화를 걸면 전화는 조직원의 번호로 연결됐다. 이후 일당은 금융감독원 직원이나 검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명의도용 사건에 연루돼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 "재산 검수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현금이나 수표, 골드바 등을 준비하도록 한 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현금 수거책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피해금 75억2954만 원을 가로챘다.

사기 조직원들이 스님과 대학교 교직원을 사칭하는 데 사용한 위조 명함./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수사 피하려 1~2개월마다 사이트 갈아타…시나리오 교육까지

이들 조직은 캄보디아 현지 사무실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엄격한 위계질서 하에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원들은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지각 등 근무 태도 불량 시 벌금, 외출 제한, 흡연 시 3인 이상 동행과 같은 규율 아래 범행을 이어갔다.

특히 A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1~2개월 주기로 가짜 쇼핑몰 사이트를 바꾸며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실적과 시나리오를 수시로 점검·수정하고, 조직원들이 변경된 시나리오를 숙지하도록 교육하는 등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한 준비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조직원 다수는 한국인 총책의 지역 선·후배 관계로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B 조직의 경우에는 역할을 나눠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역할을 맡은 조직원이 구속이나 재산 몰수 등을 언급하며 협박하는 동안, 금융감독원 역할의 조직원은 "피해를 돕겠다"며 안심시키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 전원에게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해 중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3개월 만에 핵심 조직원 검거…"모든 범죄수익 환수하겠다"

경찰은 해외 거점을 둔 조직 특성을 고려해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며 조직 추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현지에서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먼저 검거해 국내로 송환한 뒤 공범 진술과 압수 자료 분석을 통해 조직 운영 구조와 추가 은신처를 특정했다.

이후 경찰은 총책이 옮긴 것으로 확인된 캄보디아 현지 사무실을 특정하고 현지 수사기관과 합동 단속을 벌여 중국인·한국인 총책 등 핵심 조직원 1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수사 착수 약 3개월 만에 총책을 포함한 주요 조직원 대부분을 검거하면서 조직을 사실상 와해 수준으로 무력화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또 피의자들이 취득한 범죄수익금을 추적해 현재까지 22명을 상대로 약 10억 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를 했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미검거 조직원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하는 한편, 범죄 수익 추적 및 환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수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해외 피싱 조직에 가담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해외에서의 범행이더라도 반드시 검거되며 모든 범죄수익은 환수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현금을 요구하는 등 사기 범행 수법에 당하지 않도록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검거된 조직원들의 사진./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