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없어지려면?…"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 간주해야"
[돌아온 양해들]③ 육아·생계·소송 병행…처벌까지 '첩첩산중'
해외선 '형법상 범죄'…"양육비이행법, 이행명령·감치 거쳐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해 온 웹사이트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전(前) 배드파더스)이 지난달 26일 운영을 재개했다. 양해들은 여성가족부의 신상 공개 제도 강화를 비롯해 미지급자 형사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형량·절차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구본창 양해들 대표는 지난달 2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양해들 사이트의 목표는 신상 공개를 통해 미지급자들에게 망신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법을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해결돼 사이트를 닫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형사처벌도 가능하지만, 처벌까지 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요건과 절차가 겹겹이 놓여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처벌을 받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을 제재한다.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법원 판단으로 양육비 지급 의무가 확정돼야 하고, 채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양육자가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이행명령을 받고도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은 30일 이내 범위에서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감치명령 결정 이후에도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감치 집행 자체도 쉽지 않다. 채무자가 위장전입 등으로 주소를 숨기거나 송달을 피하면 감치명령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형사처벌 절차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구 대표는 "형사처벌까지 가려면 이행명령, 감치명령을 거쳐야 하는데 통상 5년에서 7년이 걸린다"며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는 양육자가 소송까지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는 양육비 미지급을 형법상 범죄로 규정한 국가가 적지 않다. 미국은 양육비 고의 미지급을 연방 형법으로 처벌한다. 미 연방법 18편 228조(양육비 지급 의무 불이행)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1년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미지급액이 5000달러를 넘으면 형사처벌 대상이고, 부양 의무를 회피할 의도로 다른 주나 해외로 이동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다.
게다가 미지급 기간이 2년을 넘거나 미지급액이 1만 달러를 초과하면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초범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 재범이나 가중 요건에 해당하면 2년 이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법원은 선고 시점 기준 전체 미지급액에 대해 배상을 명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도 형법에 따라 부양 의무를 회피해 피부양자의 생활을 위태롭게 한 경우 최대 3년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프랑스도 법원이 결정한 양육비를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과 1만 5000유로 이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국내에선 21대 국회에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려는 법안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됐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간주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아동복지법 개정안·국민의힘 전주혜 대표발의) △양육비 미지급으로 미성년 자녀를 유기·방임 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형법 개정안·민주당 전재수 대표발의) 등이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양육비 미지급을 단순 채무 불이행이 아닌 아동 권리 침해로 보고, '아동학대'로 규정해 형사 절차를 신속히 개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감치명령 등 선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면 수사기관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 처벌까지의 시간이 대폭 단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전경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양육비이행법에선 앞에 있는 이행명령, 감치 등 모든 절차를 지켜야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규정하면 현재보다 훨씬 빠르게 형사 절차가 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자가 실질적 불이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선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사처벌 강화와 별개로, 미지급 양육비를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 집행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평등가족부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지난달 19일부터 국가가 먼저 지급한 양육비 선지급금을 채무자에게서 회수하는 강제징수 절차에 착수했다. 채무자에게 회수통지서를 발송한 뒤 미납 시 납부 독촉을 거쳐, 끝내 납부하지 않으면 소득·재산을 조사해 국세 강제징수 방식에 준해 예금·자동차 압류 등 징수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이는 국가가 선지급한 금액을 회수하는 절차로, 채권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강제징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정작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의 미지급 양육비 전액은 사인 간 채무 관계라 법원의 강제집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양육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과거에는 양육비 채무자가 줄 돈이 있는지 알면서도 못 받았다면, 양육비 선지급제를 신청하면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 조회가 가능해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제도로 일부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일부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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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적제재' 논란에 폐쇄됐던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웹사이트 '배드파더스'가 2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사이트가 운영을 시작한 후 두 차례 제도 변화가 있었으나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은 여전히 제도 밖의 사이트를 찾는다. 뉴스1은 4편의 기사를 통해 배드파더스가 다시 열려야 했던 이유를 들여다보고 사이트를 닫을 방법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