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법 개정했지만…싱글맘은 또다시 '배드파더스'를 찾았다
[돌아온 양해들]②처벌 가능해졌지만 '꼼수' 너무 쉬워
절차는 복잡, 성과는 미약…사적제재 기대는 현실 '여전'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종잇장 하나 들고 법원에 20년 넘게 갔지만 그렇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법이 약하니 애 아빠한테 가서 돈 달라고 매달리는 게 빠르다 이런 거예요."
지난 2006년부터 아들을 혼자 키워낸 김 모 씨(50대·여)는 "경찰에 이의신청도 해봤지만 (전 남편의) 주소가 말소돼 있기 때문에 수사가 재개될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가 양육비 약 1억 25만 원의 65% 수준인 6570여만 원을 못 받은 사이 아들은 22세 성년이 됐다. 김 씨가 양육비 절반가량을 받은 데는 지난 2018년 문을 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웹사이트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전(前) 배드파더스)의 공이 컸다고 한다.
'양해들'의 반향으로 양육비 관련 제도도 두 번 바뀌었다. 그러나 김 씨는 "제도가 바뀌어봐야 서류만 왔다 갔다 하고, 이 사람은 얼마든 도망 다니는데 아무 조치도 없다"며 최근 다시 문을 연 양해들이 사이트를 닫기 전에 다시 전남편의 신상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2021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개정되며 양육비 채무자 형사처벌의 길이 열렸다.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골자다. 조건에 따라 명단공개와 출국금지 요청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법 제정 이후에도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71.3%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형사처벌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김 씨는 형사소송을 두 번 제기하고 약 18번의 재판을 거쳤다. 그마저도 채무자가 외국에 7~8년 가까이 체류했기 때문에 다른 부모보다는 재판을 적게 한 편이라는 설명이다.
채무자가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 김 씨는 전남편의 운전면허 정지를 위한 서류를 제출한 뒤 6개월가량이 지나 면허가 정지됐으나 그마저도 '생계형'이라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제도는 직접적인 생계유지 목적으로 운전면허를 사용하는 경우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피곤해지는 건 채무자가 아닌 김 씨였다. 그는 "양육하고 직장 생활하면서 매번 법원과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를 오가려니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도 채무자가 '꼼수'로 처벌 등을 피하기 쉬운 점도 문제다. 김 씨는 "(전 남편에 대한) 감치 명령 10일을 받았지만 형식적인 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면허 정지, 신상공개, 출국금지 6개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사례지만 양육비는 받을 수 없었다. 채무자가 '위장전입으로 인한 주소 말소'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비 추심절차가 효과적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5%는 '전배우자가 재산이전, 위장전입 등의 꼼수로 현행법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채무자가 공시송달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사실상 양육비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구본창 양해들 대표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한테 30분만 상담하면 소장 안 받는 법을 변호사들이 다 알려주니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너무 쉽다"며 "이미 형사 재판에서 공시송달로 진행됐기 때문에 '소송 자체를 몰랐다'며 무혐의 판결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육비 이행법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엔 양육비 선지급제도가 시작됐으나 한계는 여전하다. 제도는 미성년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 한도의 양육비를 선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신청 대상자 가구의 소득인정액은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인 가구여야 하고 채무자가 직전 3개월 이행한 양육비 월 평균액은 선지급금 미만이어야 하는 등 제한이 있다.
김 씨는 "기저귀 패드값도 안 나올 것"이라며 "아들하고 고기 한번 먹으면 10만 원이 넘게 나오는데, 20만 원으로 뭘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양육비는 채무자의 소득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데 김 씨의 경우 2006년 합의한 양육비가 월 50만 원이었다.
결국 선지급제는 '급한 불'을 끄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 대표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피해자 중 극소수뿐"이라며 "처벌의 수위가 너무 낮아 해결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지급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나라에서 세금으로 선지급하는 걸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채무자인 전 남편에게 직접 양육비를 받는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형사 절차를 빠르게 개시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모들이 양육비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최근 강제 징수 절차에 돌입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넘어야 할 관문이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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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적제재' 논란에 폐쇄됐던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웹사이트 '배드파더스'가 2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사이트가 운영을 시작한 후 두 차례 제도 변화가 있었으나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은 여전히 제도 밖의 사이트를 찾는다. <뉴스1>은 4편의 기사를 통해 배드파더스가 다시 열려야 했던 이유를 들여다보고 사이트를 닫을 방법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