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모 불량 지원자 탈락시켜" 지시한 특성화고 교장, 무죄 선고에 눈물

재판부 "점수 변경 지시·허위 입력 증거 부족"
변호인 "당연히 무죄…판결로 정의 밝혀졌다"

ⓒ 뉴스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용모 불량' 등의 이유로 특정 학생을 떨어뜨린 혐의를 받는 학교 관계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방혜미 판사는 11일 오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성북구 소재 특성화고 전 교장 한 모 씨(59)와 전 대외협력부장 박 모 씨(66)의 선고 기일을 진행하고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특정 학생의 점수 변경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모 교사에게 나이스에 사실과 다른 허위 점수를 입력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특별 전형에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 포트폴리오를 합산해 30점 만점으로 평가하기로 했으나, 전년도 엑셀 파일을 사용하면서 별도의 가산점 항목이 포함돼 총점이 30점을 초과하는 사례가 발생해 다시 점수를 채점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합격자들을 배치한 이후 A 학과가 미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시 교사들로서는 A 학과 미달 인원을 채우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하여 점수를 재검토하는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당시 일정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고발인과 교사, 평가위원 등의 수사단계 진술과 법정 진술 간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 진술 내용이 공소 사실에 부합한다고 신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경위로 점수가 입력된 사정을 비추어 보면 결국은 특별전형 심사 당일 평가위원들의 합의로 포트폴리오 적정성 평가나 A 학과 미달 방지를 위한 자기소개서 재검토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점수를 변경한 것일 뿐, 평가 완료 이후 점수가 변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전자기록을 위작하거나 이를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한 씨와 박 씨는 지난 2020년 말 이듬해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점수를 임의로 조정해 학교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022년 내부 고발을 접수한 뒤 해당 학교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한 씨는 입학 평가위원들에게 '용모가 불량한 특정 학생의 자기소개서 점수를 감점해 탈락시켜라' '비인기 학과 정원을 채워야 하니 인기 학과 합격자의 점수를 조정하라'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한 명이 최종 불합격했으며 합격자 일부는 정원 미달 학과로 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재판 과정에서 '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판사의 선고 이후 한 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터뜨리며 "꼭 한 말씀 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재판부는 "다음 판결이 있어 들어주기 어렵다"고 했다.

법정에서 나온 한 씨와 박 씨는 사건을 맡은 민철기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와 끌어안았다. 민 변호사는 두 사람에게 "검사가 항소하긴 할 텐데 그래도 저희 주장이 거의 다 인용됐다"며 위로했다.

민 변호사는 선고 결과에 대해 "당연히 무죄가 나올 거로 생각했고, 고소인들이 무리하게 진술했다. 이번 판결로 정의가 밝혀졌다. 검사가 항소할 시 맞대응하겠다"고 말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