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꾸·캡꾸 내 맘대로"…'탐험 소비' 메카로 떠오른 동대문

SNS 화제 '키보드캡·볼펜 꾸미기'에 한겨울에도 '풀냉방'
도매상 빈자리 채운 MZ세대…"보물창고 체험 장점"

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캡꾸'(키보드캡 꾸미기)용 부자재를 고르는 모습. 2026.2.4/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볼꾸'(볼펜 꾸미기)와 '캡꾸'(키보드 캡 꾸미기)가 유행하면서 동대문 부자재 상가가 '○꾸'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에 빠졌던 도매업 중점 상가들이 MZ세대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모습이다.

4일 정오쯤 찾은 서울 동대문구의 동대문종합시장의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특히 볼꾸, 캡꾸 매대 앞이 부자재를 고르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면서 일대에는 안전요원까지 배치됐다.

자체 제작 '캡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동대문앨리스를 운영하는 박민옥 씨는 "너무 사람이 많으니 에어컨을 틀고 있는데도 손님들이 더워하신다"며 "(상가는 온라인과 달리) 직접 보면서 커스텀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신상이 계속 나오다 보니 신상 위주로 (손님들이) 보러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도 "두세 달 전쯤부터 유행이 시작돼 요즘 (인기가) 폭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하는 대로 'DIY' 가능한 점 매력…저렴한 가격도 장점

동대문 상가는 다양한 재료를 직접 비교해 보고 고르는 '현장감'이 최대 매력으로 꼽힌다. 이날 상가에서는 키캡을 눌러보며 '아까 투명한 게 느낌은 좀 더 좋다'며 상가별 키캡의 감촉을 비교해 보는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캡꾸'에 쓰이는 키보드 캡 키링은 '달칵'하고 눌리는 감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어머니, 친구와 볼펜과 키캡을 사러 왔다는 강태린 양(11·여)은 "원하는 걸 마음대로 끼울 수 있어서 좋다"며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헬로키티 파츠를 들어 보였다. 강 양과 함께 재료를 고르던 오설아 양(11·여)도 "직접 골라보니까 재미있다"고 웃어 보였다.

저렴한 가격도 동대문 상가를 찾는 요인이다. 동대문 상가에서는 '펜꾸'를 위해 장식을 끼울 수 있는 펜대 가격이 600~1500원 수준이다. '캡꾸'를 위한 키보드 캡은 한 칸짜리 기준 1200~1500원 정도로 최소 2000원에서 비싸도 1만 원 이내로 제품 조합이 가능했다.

경기도에서 사촌 여동생과 함께 왔다는 조 모 씨(29·여)는 "상가가 많으니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고, 가격 면에서도 교통비를 감안해도 집 근처 소품 숍보다 여기가 저렴하다"며 "집 근처 소품 숍에서 하나 4000원 정도 하는 것이 동대문에서는 2000원 대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 씨는 사촌 여동생과 '볼꾸' 4개를 구매했다.

강태린(11·여) 양이 직접 고른 부자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2.4/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불경기에 도매 주문 끊겼던 동대문 상가…'현장 경험' 살려 '○꾸' 명소로

이러한 '○꾸' 유행 덕분에 도매 거래가 줄어든 일대 상가들은 간만에 분주하다. '동대문앨리스'를 운영하는 박 씨는 최근의 유행을 두고 오늘은 (바빠서) 점심도 못 먹었지만 행복하다"며 "코로나 터지고 나서부터 4년 동안은 거짓말이 아니고 여기 몇억씩 빚 안 진 상인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18년간 운영하며 기존 거래처가 많았는데도 경기가 안 좋아지며 화장품 회사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몇천 개씩 만들던 사은품, 기업 행사 때 제작했던 키링, 브랜드 로고 같은 것들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대문 부자재 상가의 '탐험적 소비'를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동대문 상가는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경험하는 '보물 창고 체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온라인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은 입체적인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체험적 관점에서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짚었다.

주동오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지 등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주 교수는 "국내 유행은 빠르기 때문에 내국인 수요에만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청계천을 따라 DDP 등 동대문 일대까지도 잘 오기 때문에 동선상으로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하는 소비 활동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이미 한국인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가는 (동대문) 상가는 빠르게 상품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 외국인 관광 상품은 대부분 먹거리와 쇼핑에 치중돼 체험과 관련된 상품은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며 "공방, DIY 등을 주제로 경험을 쌓는 관광 상품의 측면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kite@news1.kr